범정부 TF 일방적인 단열재 규제 안 된다.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5 17:56:31
  • -
  • +
  • 인쇄
친환경 제품 여부 등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론내야
소비자와 전문가, 업계, 학계 등 참여해 공청회와 토론회 등 열어야
단열재 제품별로 실상 알리고 대책 마련하는 것 합리적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4월 29일 이천 물류 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으나 아직까지 직접적인 화재 원인 등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에는 우레탄폼 뿜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용접 불티가 튀어 대형 폭발이 일어났을 거라는 추론이 대세였으나 현재는 수사 당국의 결론에서 벗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분명한 것은 작업 과정을 준수하지 않은 시행, 시공업체들의 안전불감증에서 출발한 인재라는 결론이다.
이번 화재 사고 직후 정부는 이 같은 산재 참사의 재발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첫 번째는 작업 중의 안전 대책 등 공사 환경의 개선이다.
현장에서 철저한 안전 수칙 준수와 화재 예방을 위해 가연성 물질을 다루는 작업은 동시 작업을 금하고 감리자의 입회하에 안전성을 확보키로 하는 조치다.
두 번째는 우레탄폼이라는 유기 단열재에 불이 붙은 만큼 마감재로 쓰이는 단열재에 대한 규제 안을 만든다는 매우 즉흥적인 방향이다.
현재까지 검토된 안은 모든 창고와 공장은 건축물 규모와 상관없이 난연 이상의 화재성능을 갖춘 마감재와 단열재를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제안이 알려지자 소비자와 업계의 거센 반발이 나왔다.
화재의 원인이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애꿏은 단열재의 규제로만 몰아가니 당연히 예측된 결과다.
전문가와 업계, 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한 번 없이 규제안을 마련하려 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5개 마감재 업계를 모두 불러 '마감자재 기준 적정성 검토 회의'를 열고 경질폴리우레탄폼 등 단열재와 마감재의 안전성 제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향후 태스크포스(TF)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모르겠으나 화재 직후 단열재를 포함한 마감재를 대하는 정부의 시각이 너무나 단세포적이다는 것만은 확실히 보여준 부분이다.
단열재 제품별로 지니고 있는 장단점에 대한 깊은 이해나 연구 없이 그저 불이 붙었으니 무조건 불이 덜 붙는 것만을 우선으로 하자는 단순한 사고를 여실히 드러내 준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TF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접근해 단열재를 포함한 마감재에 대한 정확한 규제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이미 이번 화재의 원인은 사람의 실수에 의한 명백한 인재임이 드러난 만큼 단열재에 대한 규제안은 거시적으로 만들어져 한다.
이해 관계가 있는 일부 단열재 생산업체와 전문성이 없는 일부 언론에서 화재의 모든 원인을 가연성 있는 유기단열재 탓으로 몰아갔지만 중심을 잡고 정확하게 소비자와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연구 없이 수박겉핥기 식으로 단순하게 가연성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 금지시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산에서 나무가 주는 수많은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이 잘난다는 이유로 싹 없애자는 주장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와 TF는 모든 단열재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전문가와 소비자,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단열재의 목적인 단열 성능과 가격 효용, 시공 편의성, 소비자와 국민에게 피해가 없는 친환경성 등을 놓고 하나 하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화재 사고로 인해 가연성이 문제가 됐다면 가연과 난연, 준불연, 불연 등으로 구분된 현재의 화재안전성능이 실질적으로 대형 폭발 사고 시 의미가 있는 건지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우리 국민 대다수는 단열재에 대한 지식이 전무 한 상태다.
이천 화재의 발화가 폭발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연이나 난연, 준불연 등의 성능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서서히 불이 붙는 화재에는 이 같은 성능이 대피 시간을 다소 연장해 주는 효과가 있으나 폭발로 인해 순식간에 불이 붙는 화재에는 무용지물이다.
이천 화재 현장의 불 길 온도가 1000도를 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코로나19 보다도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눈에 현저하게 보여주는 해수면 상승이나 사막화 등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 보니 심각성이 많이 약한 편이다.
하지만 열대야 등 최고 기온 경신, 지속적인 태풍의 피해 등 서서히 위협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거나 산업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미세먼지나 발암물질 등과 함께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만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단열재는 말 그대로 열을 차단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단열재는 일반 건축물은 물론 공장과 창고 등에 사용돼 에너지 누출을 막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의 가장 기본인 제로에너지건물 건립에서도 단열재 기능이 핵심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필수품 역할을 하는 단열재와 관련해 가연성이라는 한 가지 측면만을 놓고 사용을 규제하려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열재의 근본 기능인 단열 성능과 가격효용성, 시공편의성과 함께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환경성면도 확실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공 후 인체에 위협을 주는 가스나 발암물질이 나오는지, 설치 후 폐기 시 재활용이 안 돼 소각에만 의존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방출되는 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화재로 인한 순간적이고 급작스런 피해는 눈에 보여 경각심을 주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서서히 인류를 멸망시키는 더 큰 피해를 유발한다.
이번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화재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소비자와 전문가, 업계, 학계 등이 총 참여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열어 단열재 제품별로 실상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 보여 진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땜질식 처방 보다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론을 내기를 바래본다.

 

[저작권자ⓒ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HEADLINE NEWS

에너지

+

IT·전자

+

환경·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