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중수로 사용후연료 운반용기 개발 등 연구개발비 100억 이상 투입
인증 특허 33건, 실용신안 7건, 인증 기술 120건 등 원자력 분야 기술 확보
광주광역시 하남산단에 위치한 ㈜무진기연(대표 조성은)은 규모는 작지만 원자력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주력 제품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부터 발전소를 유지하기 위한 기자재 공급이다.
연구용 원자로 건설과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 해체와 사용 후 연료 저장 및 이송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강소기업의 전형적인 특징인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여타 제조업체와 달리 상상할 수 없는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50억 원 넘게 들어간 대용량중수로 사용후연료 운반용기 개발 등 무진기연이 그동안 연구개발에 사용한 금액은 100억 원을 넘어선다.
이 같은 연구 개발의 성과로 국내 원자력분야사업 진출을 위한 필수 등록증인 한국수력원자력 유자격등록증과 해외 원자력 사업 진출을 위한필수 등록증인 한국전력공사 유자격등록증을 분야별로 50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또 인증된 특허 33건, 실용신안 7건, 인증 기술 WPS 120건(특수용접포함기술) 등을 지니고 있어 원자력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에서 중소기업을 넘어서 대기업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보는 (주)무진기연의 조성은대표(63)를 만나 국내 원전산업의 현실과 미래 및 원전 산업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 정부의 원전 관련 기조가 바뀌어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원자력사업은 아주 어려운 사업으로 생각하는데 처음에 어떻게 원자력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 나 자신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서 자동화와 로봇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원자력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기계설비, 자동차 등 여러 분야를 검토하였지만 원자력 사업이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오로지 원자력과 함께 살아왔다.
▲ 원자력 사업을 시작해 지금 30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의 독보적인 원자력 전문기업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 무엇보다 먼저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다.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하여 인재 양성에 힘쓰고, 아이템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모든 것을 원자력 사업에 걸고 최선을 다하여 글로벌 수준의 품질보증 조직과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가 될 수 있었다.
▲ ㈜무진기연이 원자력 발전설비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간의 과정과 어려웠던 점은?
- 당시 입지적으로 광주는 완전히 원자력 낙후지역인데 거기서 원전이라는 하이테크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원자력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가 모여 있고 사업기반이 좋은 서울·경기, 경남권이 유리한데 광주라는 입지 조건 때문에 굉장히 불리한 점이 많았다. 따라서 부족한 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애를 먹었고 또한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이 필수였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금과 시간과 노력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 원자력 사업을 하려면 원자력 전문기업인 두산중공업 협력업체가 되는 것이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 그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었다. 또 어렵게 협력업체가 된 후에도 지역적 여건 때문에 바로 거래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두산중공업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매년 매출액의 10% 정도를 과감하게 R&D(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해 왔는데 중소기업으로써 쉽지 않은 결정인데?
- 기업을 제대로 운영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대체로 자기 기술을 가졌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은 자기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면 대기업 하청업체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를 극복하려면 R&D 투자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과감하게 R&D에 투자를 해야 한다. 중소기업으로서 재정적 어려움이 많았지만 과감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중기청, 중진공 등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기관과 그 제도를 많이 활용했다.
▲ 원전설비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대표 사례는 어떤 것인지?
- 싱글 & 멀티스터드텐셔너는 원자로 헤드 개페를 위한 설비로서, 공기업인 한수원과 중소기업인 무진기연의 공동 R&D 추진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 성공모델이다. 당사는 기계, 유압제어, 정밀가공 등의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개발의 과정에 대학, 연구기관 등과 긴밀하게 협력, 산·학·연 동반성장을 실천하여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2000년대 각 분야에서 불던 국산화 바람의 덕을 본 것도 있다.
▲ 텐셔너 개발의 중요성과 여기에 따른 후속 영향은?
- 한수원은 텐셔너의 개발을 위해 2003년 5억 원이라는 당시로는 큰 금액을 지원했다. 그 이전까지는 세계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2~3개 정도여서 어쩔 수 없이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 왔었는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었다. 그런데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무진기연이 세계 수준의 품질보증관리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개발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이는 당사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무진기연은 6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레이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6개 보조기기 패키지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 참으로 가슴이 뭉클하고 희망이 넘치던 때였다. UAE 프로젝트 60조원 수주가 확정되었을 때 당사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언론과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투자 문의가 폭주하였다. 그렇지만 당시 당사는 오랫동안 수출을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고 R&D 투자 등을 통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이른바 원자력의 르네상스 시기였다.
- 그러나 모든 것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사고라기보다는 쓰나미에 의한 전기사고요, 인재였다. 쓰나미 없이 지진만 일어났었다면 오히려 원전의 안전함을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쿄전력은 높이가 충분한 방호벽을 쌓지 않았고, 지진에 의해 발생한 10m 높이에 달하는 쓰나미가 방호벽을 넘어 비상발전체계를 마비시켰기 때문에 노심 용융이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당사의 원대한 포부와 계획도 일거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 바라카 원전에 이미 6개 패키지 전체가 납품이 완료되어 발전소는 준공을 마치고 작년에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본 건설에 참여하여, 원전 주기기 제작 업체인 두산중공업에 이어 중소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패키지를 당사가 성공적으로 납품하였기에 기술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
▲ 탈원전으로 원전 생태계가 파괴되고 Supply Chain이 붕괴되어 많은 원전기업이 문을 닫았다. ㈜무진기연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 탈원전 이전에는 우수 인재들이 우리 회사에 몰려들었고 사무, 기술, 품질, 생산 등 각 분야의 탁월한 인재들이 포진해 있었기에 미래가 희망적이었고 전망 또한 밝았다. 그러나 탈원전 및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인해 신규 원전 건설은 모두 취소되고, 가동 중인 원전도 수명연장이 취소되는 등 일감절벽 사태를 맞이하게 되어 매출도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능한 인재들은 이직하거나 외국으로 진출하여 향후 국내 원전의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지조차 의문인 처지가 된 것이다.
- 따라서, 수많은 원전기업 역시 도산하거나 혹은 폐업을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당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매출이 줄었고, 비록 소수지만 구조조정까지 실시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다만, 새정부가 펼칠 새로운 원전정책 덕분에 많은 부분에서 원자력 업계가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앞으로 추이는 어떻게 보는지?
- 과거 정부들은 산업용 전기 부족과 수출 위주의 정책 때문에 값싼 전력원으로서 원전이 필요했기에 원자력을 적극 장려하였다. 따라서 한수원이 원전 가동률을 중요시하고 안전과 관계가 없는 부분에서는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원전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해서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우려와 질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한수원이 우수한 조직으로 변했고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또한, 현재 전 세계적인 환경문제 때문에 탄소중립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인데 아시다시피 원자력은 청정 에너지원이고 값싼 에너지이자 이산화탄소 발생 감축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에너지로 평가받을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도 원자력이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진행될 당시 상황에 대해 얘기해 달라.
- 2017년 당시, 원자력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국회에 갔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 강연을 하기도 했고, 각종 원자력 행사에 직접 패널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방송이나 좌담회 등의 방청석에서 질의를 통해 부당함을 알리기도 했다.
- 내 발언의 주요 내용을 보면 ‘신고리5.6호기와 신한울3.4호기는 이미 자금과 인력과 설비를 많이 투자되었는데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고리5.6호기가 재개되지 않으면 수백억의 수주가 없어져 기업은 망한다’ 등의 주장이었는데 다행히 고생한 보람이 있었는지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재개되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 신한울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노력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 2019년 말, 신한울3.4호기 건설 재개를 국가에 건의하기 위해 당사가 주축이 되어 ‘신한울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건의문’을 마련하고 국내 원전 중소기업 300여 개 회사에 문서를 통해 이 건의문 발송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였다. 그 결과 약 180개 회사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원전산업활성화협의회(가칭)’ 이름으로 청와대에 전달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답변을 받지도 못하였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명의의 원론적인 답변서를 받는 데 그쳐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국내 원전업계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경주하였다고 얘기할 수 있다.
▲ 에너지소통혁신위원회(위원장 김기태) 출범과 활동에도 관여한 바 있다고 들었는데 소개를 부탁한다.
- 2019년 12월 29일 광주와 전남의 학계, 방송과 언론계, 기관, 경제와 산업계 등 각 분야별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한 광역 소통플랫폼인 ‘에너지소통혁시위원회’가 발족했다. 본 위원회를 결성하기 위해 내가 직접 나서서 각계의 리더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권유하였으며 또한 의견을 청취하였다. 이를 통해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소통과 혁신을 이뤄내고자 노력하였고 본인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정기 혹은 비정기적인 모임을 계속하고 있고 한빛원전을 방문하여 본부장 및 구성원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SMR에 대해 얘기해 달라.
-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은 일반 원전과 같은 대형 원전이 아닌 소규모의 300MW급 저출력 원자로를 지칭한다. 이는 연료 교체 없이 30년 동안 사용이 가능하며 방사능이 나오지 않는 발전원으로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관심이 커져가고 있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당사도 그 국책 R&D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무진기연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서울대, 울산대, 경의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등 5개 대학과 ‘미네르바’ 연구단에 참여했다. 참여 이유는 무엇인가.
- ‘미네르바’ 사업은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해양용 초소형 원자로(Micro Reactor)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당사는 이 사업에 당사가 가진 힘을 보태고자 동참하게 되었다.
- 이 사업에서는 기후변화와 탈 디젤엔진 등 모든 동력과 추진체의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자동차는 전기와 수소, 배는 가스나 원자력 추진체로 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쇄빙선 등의 선박이나 상선의 추진동력으로 초소형원자로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 향후 계획을 간단히 밝혀달라.
- 정부의 에너지 정책기조가 원전 활성화에 맞춰져 있다. 신한울3.4호기 건설도 재개될 것이고 현 운전중인 원전의 수명연장 등도 논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원전기업들이 회생할 수 있는, 그래서 원전 Supply Chain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에 따른 나름의 대비를 위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다시 원전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원전 분야만을 고집하지는 않고 당사가 가진 기술력과 인재 Pool을 활용하여 유사한, 혹은 관련이 있는 사업부문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자 한다.
▲ 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그간 고난과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했던 원자력계가 원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여건은 마련되어 있다고 보지만, 당장 업계에 일감으로, 그리고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수원은 고사 직전에 있는 원전기업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한수원이 계획하고 있는 신한울3.4호기 건설을 최대한 앞당겨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원전 설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발주를 실시하고, 원전 건설 관련 확정적인 사업부문의 설비 및 아이템 등에 대해서도 미리 시장에 오픈하여 업계가 하루속히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한수원의 적극적인 정책실시를 기대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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