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범 칼럼/소비자 기망하고 환경 파괴하는 가짜 단열재 퇴출시켜야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19-11-19 16: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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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단열재를 생산하는 A업체 대표와 나눴던 대화로 인해 아직도 정신적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대화의 주요 골자는 이렇다.
시중에 건축 단열재로 시공되는 상당수의 제품이 품질을 속이거나 처음부터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 납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공 과정에서 작업 편의를 위해 단열재를 훼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단열재는 단열성능(주로 열전도율과 압축 강도를 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당연히 등급이 낮으면 가격도 싸다.
건축법상 중부와 남부지역의 단열 조건이 다르듯이, 개별 건물의 조건에 맞는 단열을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 시공의 편의성과 가격의 효용성을 따져 단열재를 선택한다.
문제는 등급이 높은 제품을 적용하게 설계된 건물에 열전도율(낮을수록 단열기능이 높다)을 충족시키지 못한 등급이 낮은 제품이 납품된다는 것이다.
건축 시공시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고등급의 단열재를 설계에 반영한 것은 법규를 충족시키는 것도 있지만, 당연히 건축물의 단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본인들의 불법적 이윤 추구를 위해 소비자를 기망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A업체 대표는 아파트를 포함해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건축물에 단열에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된 제품으로 시공됐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납품업자와 시공 현장의 검수 또는 감독자가 짜고 설계상 제품이 아닌 저등급의 제품이 납품됐음에도 불구하고 묵인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과정에서 진짜로 둔갑한 가짜를 만들어 납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처음부터 염료를 첨가하거나 여타 방법으로 단열 성능이 높은 비싼 제품과 외형상 동일하게 만들어 납품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많은 문제를 낳는다.
먼저 정당하게 규격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나 제대로 된 단열재를 성실하게 납품하는 업체의 경영난을 불러올 수 있다.
즉, 가짜를 만들거나 저등급의 제품을 속인 채 싼 가격에 납품해 시장 질서를 혼란 시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필수적인 단열재의 등급을 속이거나 가짜 제품으로 시공될 경우 단열의 효율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단열이 안되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이는 곧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의 생산을 늘리게 만든다.
건축물의 에너지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당연하고,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온실가스의 증가와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지속적으로 유발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가짜 단열재를 만들고 등급을 속여 납품하는 업자가 있다면 본인들의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인식해야 한다.
본인들의 뱃속 하나 채우려고 벌인 행위가 수많은 소비자를 기망하고 우리 환경을 훼손하는 엄청난 범죄라면 강력하게 처벌돼야 마땅하다.
이 같은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행정관서의 치밀한 단속과 감독도 병행돼야 한다.
신규 건축물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는 물론이고, 이미 시공된 아파트나 건축물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 불법이 있다면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덧붙여 시공 과정에서 작업 편의를 위해 제품을 훼손시키거나 훼손된 제품인 줄 알면서도 시공하는 공사 현장의 관행적 행위도 엄히 단속해야 할 일이다.
A업체 대표의 “가짜 제품 생산하는 업체는 일이 많아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하고 정직하게 제품 만드는 공장은 일이 없어 직원들이 놀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느냐”는 한마디가 업계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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