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에 시행된 건축법 시행령 61조(건축물의 마감재료)에서는 신규 건축시 준불연 단열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시설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먼저 제1종과 2종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노유자시설, 운동시설 및 위락시설의 용도로 쓰는 건축물로서 그 용도로 쓰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2,000㎡ 이상인 건축물이다.
다음으로 공장(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화재 위험이 적은 공장은 제외)의 용도로 쓰는
건축물로부터 6M 이내에 위치한 건축물과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 이상인 건축물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웬만한 신축건물에는 준불연 단열재를 사용토록 한 것이다.
단열재는 불연과 준불연, 난연으로 나뉜다.(단열의 가장 기본인 열전도율은 차치하고 우선 불에 강한 정도로 나눈 기준이다)
단열재 시장의 준불연제품은 페놀폼보드, 우레탄보드, 그라스울 등이 통용되고 있다.
이번 건축법 시행령은 얼마전 대형 건물이나 주거공간의 화재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사회적 이슈가 됨에 따라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은 건강과 환경을 간과하고 그저 가연성이 있는 단열재만 퇴출한다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대로 하면 준불연재로 통과된 제품 가운데 사람과 환경을 위해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불에 조금 강하다는 준불연재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설치가 가능하다.
화재 발생시 가연성이 있는 제품 보다는 분명 불연성이 있는 제품이 대피하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반 건물이나 주거공간에서 단열재를 제외하고도 가연성 제품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바닥재와 벽지 내부 공간에 설치된 가구, 기타 생활도구 등이 가연성 제품이다.
화재가 발생할 때 이러한 것들이 함께 작용해서 피해를 키우는 것이지 단열재만 가지고 화재 피해를 증폭시켰다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안전 교육을 통한 화재 예방이며, 혹시라도 화재가 발생할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요령과 시설의 구비가 우선이다.
항상 문제가 많은 화재 현장에는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는 스프링쿨러가 작동이 안됐던지 비상구의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그동안의 사례다.
덧붙여 단열재 문제도 벽체에 밀착되지 않고 벽과 간격을 두어서 시공을 해 화재시 공기 통로를 만들어 준것도 화재를 키운 요인인 만큼 시공상의 하자가 컸다.
그런데 화재의 근본적인 예방과 치유책이 없이 그저 가연성 제품 보다 조금 더 불연성이 있다는 단순한 논리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불연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면 인간과 환경에는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비약적인 논리를 적용한다면 자동차나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의 책임이 더 큼에도 자동차에 문제가 있어 운행을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단열재에서 불연 성분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단열재인 만큼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친환경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재활용이나 폐기가 용이해야 한다.
최근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의 방출량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논란이 되고 있는 페놀폼보드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존 단열재가 설치된 건물의 화재로 인한 피해 정도와 실질적으로 어느 것이 더 심각한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재시 실제 불로 인한 피해 보다는 유독가스에 의한 사고가 더 많은데 준불연재로 통용되는 일부 단열재의 화재시 유독가스 배출도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 환경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단열재의 대다수 원료가 플라스틱인데 재활용되지 않는 것을 사용한다면 결국에는 인간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 올 수 밖에 없다.
지구촌 곳곳이 폐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해서는 후손들이 살아가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미시적인 사고를 벗어나 거시적인 안목을 갖는다면 인간과 지구 환경에 조금이라도 유익한 단열재가 단순하게 불연 성분이 높은 제품 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 소비자나 국민들은 아직은 크게 관심을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 직결된 단열재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정부 부처간에 세부적인 규정도 만들고 현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단열재가 무엇인가를 분석해 시공 기준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의 시행령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을 상대로 공청회라도 열어서 소비자가 가장 유익한 단열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때다.
/에너지단열경제 대표기자 이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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