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기초 지식 없이 연이은 단열재 관련 입법 발의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2 1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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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현장과 중소기업 무시한 채 일방적인 몰아붙이기
페놀폼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 방출 논란 아직도 종식 안돼
교통사고 인명 피해 막기 위해 장갑차 타라는 논리의 단열재 규제 법안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최근 1조6천억원의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피해액도 엄청나지만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5천만원 수수 설, 연류 된 모 국회의원의 금감원 청탁설, 일간지 기자 금품 수수설 등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이기 때문이다.
강기정 전 수석이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면 많이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것은 불법이 있는 곳에는 금품과 함께 감독기관에 로비가 시도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도 라임 조사 무마를 위해 전방위로 로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금품을 돌리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검찰 수사를 받다 잠적했던 황주홍 전 국회의원이 석 달 만에 붙잡힌 후 지난 달 구속기소 됐다.
황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8천7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식사, 축·조의금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황 전의원의 거처에서는 상당히 큰 금액의 현금 다발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의 두건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권력형 비리에 거의 어김없이 국회의원이 관여됐으며 금품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 등의 대관 로비가 필요한 인물이나 업체 입장에서 가장 쉽게 손을 내미는 대상이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보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 기관인 만큼 억울한 민원이 있으면 충분히 들어주고 정부를 향해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행위가 시민이나 전체 국민 눈높이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 같은 문제가 터지면 실체적 진실을 따져 보기도 전에 국회의원이 금품이든 무언가 대가를 받고서 움직였을 것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엄청난 불신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8명의 국회의원 이름으로 화재방지를 위한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화재 방지를 위한 시스템적 조치는 이해할 수 있으나 단열재 관련한 규제는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공장과 창고 등의 모든 마감재와 단열재를 불연 성능 제품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마감재나 단열재로 사용되는 불연재는 콘크리트나 석재, 벽돌, 철강, 알루미늄, 그라스 울, 미네랄 울 등에 한정된다.
쉽게 말해 공장이나 창고를 지을 때 철강과 콘크리트, 벽돌 등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굳이 단열재가 필요하면 그라스 울과 미네랄 울 등 특정 무기단열재만 이용하라는 뜻이다.
이런 법은 해외 선진국 등을 비롯해 세상에는 없다.
이런 법이 통과 될 수도 없지만 의원들의 발상이 한심해서 지적한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 화재 방지를 위한 법을 발의 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전혀 기초 공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불났으니 불 안나는 걸로 쓰자는 단순하고 매우 편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특정 제품만 사용 가능하게 만든 법안이다 보니 특정 기업들로부터 로비를 받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난 번 이천과 용인 물류 창고 화재 후 검사기관과 수사기관은 분명하게 화재 원인을 발표했다.
피난 경로와 탈출구의 폐쇄, 환기시설 미작동, 방화벽 부재,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 재난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막상 불이 났을 때 가연성 단열재로 인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나, 재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으면 화재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발생했어도 초기에 진압됐을 것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반대로 최근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의 주상복합 건물에서는 한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물류 창고 화재에 비해 많은 인명 피해가 우려됐으나 재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면서 인명 피해를 막은 것이다.
즉, 화재는 예방이 우선이며 발생했을 시 재난시스템의 제대로 된 작동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사고로 불났으니 불에 강한 단열재를 쓰라는 것은 단열재의 원래 기능을 무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열하기 위해 이용하는 단열재를 고유 목적과 상관없이 그저 불 타령만 하는 것은 너무나 무지한 소치다.
자동차 사고로 인명 피해가 났으니 차량 속도나 편리성은 차치하고 외형이 철로 만들어져 교통사고에 강한 장갑차만 타라는 이치다.
국토부도 마찬가지다.
내년 2월 시행되는 건축법 개정안에 따라 창고와 공장 건립 시 거의 모든 단열재를 준불연으로 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종사하는 관련업계의 의견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소비자와 중소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토부의 개정안도 단열 성능과 상관없이 최대한 불에 강한 제품만 선택한 결과다.
국회의원이나 정부 부처가 건축 시 필수품으로 사용되는 단열재에 대해 소비자나 국민들에게 단열재가 왜 필요하며, 단열재 별로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안내나 공정회 한번 없이 법안을 만들어 밀어 붙였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다.
더구나 특정 기업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법안이라는 것을 세세하게 살펴보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국회와 정부부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방출 적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페놀폼보드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참외 밭에서 신발 끈 매지 말아야 한다는 옛 말의 교훈대로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의심이 갈만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태나 법안 발의 등은 더욱 불신을 키우게 된다.
이제라도 소비자와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했으면 한다.
법안 발의도, 공권력의 집행도,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습득된 뒤 공정과 형평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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