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의 유난스러운 부동산 사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 고위공직자들은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취득하고 토지를 사들였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부통산 투기를 잡겠다고 나선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권이든 집값 안정화에 힘을 쏟고,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투기는 엄단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부동산 가격 변동이 온 국민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집값은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자칫 방치했다간 집권당과 정부의 지지율 폭락을 자초할 수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부동산 투기에 나름대로 발 빠르게 대처했다. 투기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주무 부처가 청와대 및 관계부처와 협의·조율 과정을 거쳐 대책을 신속히 내놓았다. 법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할 때는 국회의원들이 나섰다.
그런데 정작 고위공무원들의 부동산은 언제나 말이 많다. 28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신고에서도 청와대 참모와 국무위원, 국회의원 상당수가 다주택자로 드러났다. 청와대 참모 중 집을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13명이었다. 박종규 재정기획관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서초구 우면동 아파트를 부부 명의로 신고했다. 부동산 정책을 맡는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도 강남 논현동과 세종시에 아파트 한 채씩 갖고 있다. 박 비서관은 자녀 입시 때문에 우면동 아파트를 임대하고 고덕동에 잠시 거주한다고 해명했다. 윤 비서관도 국토교통부 재직 시절 분양받은 세종시 아파트를 전매 제한에 걸려 팔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참모들의 다주택도 부모 부양, 퇴직 후 실거주 목적 등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투기로 보기는 어렵지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중에 다주택자가 적지 않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국회의원 286명(갑부의원 3명 제외) 가운데 113명(39.1%)이 다주택자였다. 이들 중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강남 3구에만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4채를 갖고 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의 서울 시내 소유 주택은 6채에 달한다. 이들에게 부동산 관련 입법을 맡기는 게 과연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최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주택 4채를 보유한 조동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농지 매입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까지 제기됐으니, 과연 부동산 취득에서만큼은 고위급이다.
부동산 투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각료, 청와대 비서진, 국회의원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점은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강남과 세종시 등 노른자위 지역에 아파트 등 부동산을 소유한 공직자에게서 해당 지역 투기 근절 대책이 과연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법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은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입법과 집행을 왜곡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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