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과 역사/500년 호국 요충지에서 꽃피운 ‘병영의 맛’… 강진 설성식당

정두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9 09: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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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라도 육군 총지휘부 ‘전라병영성’의 역사와 함께해
‘하멜 표류기’의 흔적과 ‘병영상인’의 강인한 생명력이 담긴 80년 노포

병영성 전경

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동네가 아니다.
마을 전체가 조선 시대 국방의 중심지이자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이곳에서 80년째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설성식당’의 연탄 돼지불고기는 병영면이 가진 500년 세월의 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 500년 전라도 육군 본부, ‘전라병영성’이 지켜온 땅
병영(兵營)이라는 지명 자체가 조선 시대 전라도와 제주도의 53주 6진을 총괄하던 ‘전라병영성’에서 유래했다.
1417년(태종 17년) 마천목 장군이 축조한 이 성은 조선 말기까지 호남의 군사권을 관장하던 육군 총지휘부였다.
병영성이 있었기에 군인들과 그들을 상대로 하는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상권과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 하멜의 7년 유배지이자 서양에 알려진 조선의 첫 얼굴
병영면은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이 1656년부터 약 7년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하멜과 그 일행은 이곳 전라병영성에서 노역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당시 그들이 쌓은 네덜란드식 빗살무늬 돌담은 지금도 병영면 마을 곳곳(한골목 옛 담장길)에 남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설성식당 인근의 하멜기념관은 이러한 동서양 교류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설성식당 연탄구이
■ 병영상인의 기개로 지켜온 80년 전통의 맛
역사적 부침 속에 병영성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소실되고 폐영되었으나, 그 기개는 ‘병영상인’의 후예들에게 이어졌다.
설성식당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80년 넘게 전통을 지켜온 노포다.

설성식당 전경
자리에 앉아 있으면 상이 통째로 들어오는 방식은 과거 병영성 주변의 바빴던 상업 중심지의 활기를 연상시킨다.
연탄불에 정성스럽게 구워낸 돼지불고기와 상다리가 휘어질 듯 차려진 20여 가지의 반찬은, 넉넉한 인심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병영 사람들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강진 병영을 찾는 것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서, 조선의 호국 정신과 하멜의 발자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남도의 진한 손맛을 동시에 경험하는 역사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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