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강한 반발 “보험료 지급 안 하려는 꼼수”
반기는 보험업계 “사업비용 절감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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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제공 |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10년째 방치되어 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도입 여부에 대해 시민단체 등과 의료업계의 의견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언제쯤 답보상태가 깨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구 과정의 번거로움 등의 이유로 가입자가 보험금을 미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청구 간소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 반면, 한쪽에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꼼수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23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은 작년 상반기 기준 20세 이상 성인 남녀의 77.3%가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처방약의 경우 20.5%에 이르는 등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가입자가 건건이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란 보험가입자가 진료내역서 등을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하던 것을 병원이 직접 보험사에 진료기록을 전송해 보험금이 자동 청구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보험급여 청구절차의 간소화에 대해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10년째 답보상태에 놓인 상태다.
이달 초 금융소비자연맹을 비롯한 7개 시민단체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것으로 이뤄지면 보험금 청구가 더 간편하고 당연하게 돼 소비자는 당연한 권리인 실손보험금을 모두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소비자를 볼모로 각 이익단체가 이해관계를 내세워 간소화 도입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도입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근거를 마련한 법안도 발의가 된 상태다.
지난 3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 ‘실손보험 청구 전자·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개정안은 보험사에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을 요구하고 의료기관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요청할 때 진료비 증명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진료비 증명서류를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보내고 심평원은 이 정보를 다시 각 보험사에 보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의료계는 강한 반발을 표하고 있다. 기존의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처럼 실손보험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비 심사도 결국 심평원이 개입하게 돼 가입자들이 받는 비급여 진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실손보험은 말 그대로 사(私) 보험인데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관여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건강보험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을 보장받기 위해 비용을 더 주고 든 실손보험에서 비급여를 통제받게 되는 것은 가입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협회는 성명과 신문광고를 통해 ‘청구 간소화법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꼼수’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보험사들이 액수가 큰 비급여는 심평원을 등에 업고 주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보험사들이 간소화를 통해 가입자들의 진료기록을 전자 데이터 형태로 확보해 결국엔 보험료 지급을 거절하거나 보험 가입을 어렵게 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한다. 이외 정보 유출 등의 지적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입자가 정당하게 청구할 권리가 있으면 보험사는 지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간소화된다고 120원 줄 거 100원 주진 않는다”며 “의료협회의 주장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비용 절감 측면에서 장기적으론 이익이 될 거라며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간소화가 도입되면) 보험금 청구가 늘어날 거다”면서 “초기 투입비용은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양이 늘어나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인력이나 서류가 간편화되고 비용과 수고가 절감될 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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