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주주권 행사로 재벌 총수가 물러난 첫 사례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찬성 64.1%, 반대 35.9%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선친 고 조중훈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5789명이 의결권을 행사했다. 총 7004만946주로 의결권 총수(9484만4611주)의 73.84%다.
앞서 조양호 회장 부인과 세 자녀는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한항공 오너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런 여파로 조 회장도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날 주총장에 모습을 보인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조양호 일가가 기내 면세점 납품 관련해서 회사에 196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다\"며 \"이사회가 결국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했으며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돼 주주에게도 큰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자을 보여왔다.
하지만 전날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전문위를 열어 조 회장 연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스튜어트십 코드 도입 후 첫 사례가 된 셈이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등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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