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범 칼럼/1군 발암물질 석면 곳곳에서 여전히 국민 건강 위협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4 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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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 존슨앤드존슨 석면 부작용 소송 계기, 국내에서도 다시 경각심 가져야
정부의 석면 철거, 비용 문제 등으로 속도 나지 않아 여전히 방치 돼
과거 석면 생산 기업, 도덕적 책임 차원에서 제거에 적극 동참해야

석면 현미경 관찰 모습


최근 미국 건강용품업체 존슨앤드존슨(J&J)이 발암물질인 활석(talc) 검출 논란을 빚은 베이비파우더의 배상책임을 진 사업 부문을 분리해 파산 신청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달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해 석면 부작용으로 난소암이 발병했다고 주장한 여성 2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21억200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한 하급심 판결을 무효로 해달라는 회사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 측은 활석 성분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섞인 사실을 알고도 이를 장기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이라면 존슨앤드존슨은 베이비파우더 소송 문제를 맡은 사업 부문을 새로운 법인으로 분리해 법적 책임을 안게 한 뒤 파산 신청하는 부도덕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석면으로 인한 폐해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수시로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난 유호철 대위 사건으로 석면의 위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한때 높아졌으나 지금은 또 멀어진 상태다.
유 대위는 폐암으로 이른 나이인 서른네 살에 사망했다.
통신병과 소위로 2008년 임관됐던 유 대위는 평소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으며 폐암 가족력도 없었다.
원인은 석면이었다.
폐암 진단을 받을 때까지 7년간 일주일에 최대 4~5회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를 뜯고 전기선, 통신선을 보수하고 설치했었다.
작업시간 날린 석면 가루 때문에 한순간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당시 유 대위가 일했던 건물의 천장에서는 석면 함유량이 기준치의 5배가 넘게 나왔다.
이 사건 이후 국방부는 전수조사를 실시해 1만1600여동의 석면 함유 건축물을 발견했다.

석면의 위험성과 석면슬레이트 지붕


유 대위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아직도 석면은 우리 주변 곳곳에 방치돼 있다.
단열재와 차음재로 사용된 학교나 공공시설의 건물과 시골과 도심을 가리지 않고 구주택에 남아있는 슬레이트와 내장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이전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공공 대형건물, 상가, 빌딩, 아파트, 주택 등은 물론 소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석면을 원료로 만든 건축 자재가 보편적으로 사용됐었다.
2018년 교육부 통계에는 학교 교사 등 건물 85%에서 발암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나마 2015년부터 학교 등에서 석면 제거를 순차적으로 하고 있으나 시간과 비용 부족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학교의 석면 제거사업에는 매년 평균 4000억 원 가까이 투입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학교 관련 시설의 석면 제거사업에만 앞으로도 3조원 이상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 된다.
국내의 석면을 다 제거하려면 예측하기 힘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우리 눈에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석면으로 인한 피해는 아직도 여전히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재개발 현장을 지켜보면 석면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체험할 수 있다.
지난 달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나왔던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공사 건물 붕괴사고 현장도 석면 환경오염 피해 현장이었다.
재개발 철거 현장의 대다수 건물에 석면이 사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석면은 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발암성 확실)이다.
머리카락 5000분의 1가량의 크기로 먼지보다 훨씬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도 당장 질병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고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이라는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폐 내의 대식세포가 석면을 포식하면서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증 등은 물론 늑막삼출액, 늑막폐합병증 등 늑막과 관련된 질병도 유발한다.
특히 같은 질병이라도 석면에 의한 발병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이 석면의 심각한 위험성을 보여준다.

석면 철거 모습


이 때문에 석면의 직접적인 노출을 피해야 하지만 석면을 건축자재로 사용한 건물 내에서 거주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이에 따라 전염병만큼 생명에 위협을 주는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을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
지금 석면 제거에는 정부만 나서고 있다.
정부가 나서는 것도 당연하지만 최소한 과거 석면 생산으로 부를 축적했던 현재의 대기업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과거 군사 정부에서 생산을 권장 했으며 당시로서는 위험성을 지금처럼 확인하지 못했던 만큼 법적인 책임에서는 자유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도덕적 책임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미국의 존슨앤드존슨(J&J) 소송 사건은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 석면사용이 완전 금지된 지 불과 십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석면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과거 석면을 생산했던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하기 힘들다.
하루라도 빨리 석면을 제거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첩경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제거 사업이 예산과 시간 부족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 만큼, 과거 석면을 생산했던 기업들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지니고 동참하는 것이 마땅한 처사라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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