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업계 수 만 명이 일자리 잃을 수도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8 19:47:10
  • -
  • +
  • 인쇄
단열재 규제에 이어 강화된 건축법 개정안까지 발의
스티로폼 사용 아예 막는 봉쇄 조치 수준
업계 생존을 위해서는 소비자 국민 직접 설득해야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 

 

정부의 일방적 규제로 인해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과 유통 등에 관련된 업계 종사자 최소 수 만 명이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천 물류 창고 화재 이후 단행된 정부의 단열재 규제가 생산과 판로를 막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된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 됐기 때문이다.
현재도 업계 전반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상태에서 개정안마저 통과될 경우 대부분 업체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이번 규제와 개정안은 단열재는 물론 샌드위치 패널 등 복합자재에도 스티로폼의 사용을 아예 막는 봉쇄 조치 수준이다.
스티로폼 업계는 최근 화재의 실질적인 원인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가연성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수렴 절차마저도 생략한 채 강화하고 있는 스티로폼 단열재 규제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상태로 정부 규제가 지속될 경우 종사자와 관련자 수만 명이 공장 도산 등으로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티로폼 단열재가 진정 문제가 있는 제품인가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단열재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분석하고 국민과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공청회와 토론회의 필요성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고 있다. 

압출법 스티로폼 단열재

 

정부는 지난 18일 모든 공장과 창고에 사용되는 마감재와 단열재에 대한 화재 안전 기준을 난연 이상으로,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는 준불연 이상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도 2022년부터는 스티로폼을 포함한 유기단열재 사용을 금지하고 그라스 울 등 무기단열재만 허용키로 했다.
여기에 오영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갑)은 공장, 창고, 다중이용시설 등에 사용하는 마감재, 단열재, 복합자재의 심재로 준불연재료 이상 등급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규제인 내부 마감재, 단열재의 난연 성능에서 준불연으로 더욱 강화한데다 다중이용시설까지 추가한 것이다.
또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병)은 콘크리트슬래브의 중앙에 불연재료가 아닌 스티로폼 경량체를 삽입한 건축자재(일명 중공슬래브) 등과 같은 변형된 복합자재도 내화구조 시험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규제 조치와 의원들의 건축법 개정안 목적의 외형상 공통점은 화재 시 가연성 자재로 인한 확산과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와 개정안은 단열재 제품에 대한 지식 습득이 전혀 되지 않은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한 논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열재라는 제품이 사용되는 가장 큰 목적인 단열성능과 시장의 요구 사항인 시공 편의성과 가격 효용성 등이 무시됐으며, 정부가 화재 안전 성능으로 거론하고 있는 준불연도 대형 화재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나온 결과물이라는 반응이다.
이천 화재 사고는 예방 수칙을 무시한데다 화재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메뉴얼마저 무시된 채 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한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였다는 결론을 소방당국을 포함한 수사기관은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화재 원인과는 거리가 먼 스티로폼 단열재에 대해서 규제를 강화한 것은 깊은 지식이 없는 국민들에게 무엇인가 눈에 띠는 조치를 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심지어 내단열재의 난연 성능 이상 강화만으로도 스티로폼 업계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와중에, 복합자재의 심재까지 대기업 제품까지 거론하면서 스티로폼 등 유기단열재 사용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2022년부터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로 그라스 울 등 무기단열재만 허용하기로 한 것은 중소기업이 주류인 스티로폼 업계를 초토화시키고 그라스 울을 생산하는 KCC 등 대기업에 대해서만 완벽한 혜택을 주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준불연 성능 제품으로 규제를 강화한 것도 현실에 맞지 않지만, 유기단열재 시장을 죽이고 무기단열재만 키우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설령 조금이라도 화재에 강한 준불연 제품으로 굳이 규제를 강화한다면 원래 목적에 맞게 준불연 제품으로만 한정해야지, 여기에 전제 조건으로 그라스 울 등 무기단열재만 특정하는 것은 형평성을 상실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대기업은 더 커지고 스티로폼 생산 업체 등 중소기업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한 만큼,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동일한 수준의 매출이 늘었을 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고용 효과가 2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은 생산이 늘어날 경우 가능한 한 새로운 고용은 자제하고 설비투자를 늘려 노동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자본의 한계로 인해 설비 투자 보다는 인력 채용을 우선 시 하고 있다.
이처럼 타당성 있는 스티로폼 업계의 반박 논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규제와 건축법 개정안 발의 등 스티로폼 업계를 옥죄는 조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업계 종사자들의 근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게다가 단열재를 놓고 정확한 실상을 소비자와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 자체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힘의 논리로 영세한 스티로폼 업계를 밀어붙이는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 19일 정부의 대책 발표와 관련해 스티로폼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상녕)은 ‘인재사고를 단열재로 규제하려는 정부 대책을 즉각 철회하라’는 기자 회견을 통해 중소기업을 죽이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조합은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 중소기업들은 국가 에너지 절약정책에 맞추어 묵묵히 소임을 다해왔으나 화재 사고 날 때 마다 잇따른 규제로 경영 상황이 악화돼 왔다”며 “이번의 추가 규제로 비드법 단열재 생산 중소기업은 도산, 폐업의 위기에 처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정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을 통한 규제 시행을 지양하고 단열재의 실질적인 문제와 대처 방안 등에 대한 소비자, 전문가, 제조업체가 망라된 공개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해 국민의 소리를 듣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비드법 2종 스티로폼 단열재

하지만 정부가 업계의 이러한 목소리를 심각하게 귀 기울여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단열재 규제 발표와 관련해 업계 말고는 비판이나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단열재의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소비자와 국민들은 그저 화재 시에는 스티로폼 등 유기단열재가 문제라는 정부 발표와 보도만 들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보여 진다.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스티로폼 업계의 반발에 대해 정부가 잘못한 문제로 보지 않고 시장 점유율이라는 밥그릇 싸움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 생각할 거라는 판단 하에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업계가 규제를 철회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국민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스티로폼 업계가 본인들 주장대로 에너지 절약의 주체로서 소비자와 국민을 위하는 기업으로서의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면 제품의 우월성과 존재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정부만 상대로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자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업계가 직접 나서서 스티로폼 단열재 사용의 타당성을 알리는 것이 도산과 폐업으로부터 수만 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여론이다.

 

[저작권자ⓒ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HEADLINE NEWS

에너지

+

IT·전자

+

환경·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