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페놀폼 등 일부 단열재 인체 유해성 논란 조속히 결론 내야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5 1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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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리모델링 정책 추진에 따라 단열재 수요 급증할 듯
친환경 표방하고도 비친환경 제품 선택하게 만들 수도
중소기업 홀대하고 대기업 눈치 보는 정부 문제 있다는 시각도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페놀폼단열재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추진에 따른 단열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체 유해성과 환경오염 논란이 끝나지 않은 단열재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린뉴딜이라는 친환경을 표방하면서도 오히려 비 친환경적인 제품을 결과적으로는 선택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해성 여부를 조속히 결론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기업 제품이라 눈치 보는 것 아니냐는 시선마저 받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정부는 경제의 정책 방향을 그린뉴딜로 잡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그린뉴딜의 구체적 내용으로 노후화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는 ‘그린리모델링’을 내놨다.
그린리모델링은 2022년까지 5조8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어린이집 1058개소, 보건소 1045개소, 의료기관 67개소, 공공 임대주택 18만6천호 등 4대 노후 공공건축물에 고효율 단열재와 환기시스템을 보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제로하우스 개념의 에너지 절감형 건물의 건립도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건물의 단열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단열재에 대한 수요도 당연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의 방향에 따라 가장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기 단열재 중 하나가 준불연 성능을 지닌 페놀폼 보드다.
현재도 지난해 3월 시행한 건축법 시행령 61조(건축물의 마감재료)에 따라 급속히 단열재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시행령 61조의 골자는 간략하게 정리하면 근린생활시설 등 대형 건물, 6층 이상의 건물, 공장 옆 건물 등에는 준불연 단열재를 사용하라는 조치다.
즉, 웬만한 건물에는 무조건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여기에 그린리모델링의 시행과 지원이 공공건물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규정상 준불연재인 페놀폼과 그라스울 단열재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들 제품들이 인체 유해성과 친환경성 논란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먼저 페놀폼 보드는 지난해 1군 발암물질 성분인 포름알데히드가 대량 검출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모방송사의 의혹 제기에 이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임종성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 유해물질 조사 결과 페놀폼에서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이 기준치의 10배 이상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건축 마감재의 포름알데히드 허용 기준치는 0.02mg/㎡이지만, 페놀폼 단열재의 방출량은 0.209mg/㎡로 조사됐다.
일본은 내장 단열재의 경우 시간당 0.02mg/㎡를 넘으면 시공 면적이 제한되고 0.12mg/㎡를 초과하면 아예 사용이 금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H공사는 페놀폼 보드 사용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유해성 논란에 생산업체인 LG하우시스는 자체 검사와 객관적 공인기관의 검사를 통해 방출량이 기준치를 넘지 않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논란이 확산되자 환경부는 “페놀폼 단열재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가 실제 시공 환경에서 실내 공기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정밀 검사를 진행한 후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금까지도 정확한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 1월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친환경 녹색제품으로 인증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페놀폼 보드는 개정 법률이 적용되는 올 7월 30일부터 공공기관 의무구매 대상에 포함된다.
건설업계에서는 “환경부가 발암물질 관련 검사 결과를 내놓지도 않고 느닷없이 녹색제품이라고 발표해버리는 바람에 페놀폼 사용 여부에 대한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내에서 페놀폼 유해물질 검사와 녹색제품 관련 인증 부서가 각각 따로 있는데다 부서 간에 정보 공유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환경부와 국토부가 유해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지금까지 내리지 않음에 따라 페놀폼 보드는 규제를 받지 않고 준불연재를 내세워 단열재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의 그린리모델링사업 확대에 힘입어 앞으로도 매출이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만일 페놀폼의 유해성이 인정된다면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안게 되는 만큼 조속하게 결론도 내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라스울 판넬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도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인체 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시공이나 제품을 만지는 과정에서 얼굴이나 피부가 따끔거리거는 현상이 생겨나는 등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폐기 시 마땅한 방법이 없어 매립 처리하는 것도 환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 1군 발암물질인 석면처럼 유해성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오히려 권장돼 곳곳에서 시공됐던 사례를 들어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 건축물에서 시공됐던 인산 석고보드에서 라돈 방사능이 나와 지금은 시공 현장에서 사라졌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지게 됐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실제로 발암물질 배출로 사용 금지된 석면의 철거를 위해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처럼, 인체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제품 가운데 만의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또 다시 세금을 투입하거나 소비자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여타 단열재 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유해성 논란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증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페놀폼이나 그라스울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매출액이 수 조원씩 되는 대기업인 만큼 눈치를 보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석고보드

 

중소규모의 기업에서 만드는 단열재에 대해서는 화재만 발생하면 모든 책임이 있는 듯 규제를 몰아가면서도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열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수년전 국토부를 찾아가 화재의 확대를 방지할 수 있는 단열재를 개발해 규정에 반영해 줄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이번 이천 화재에도 당시 개발한 제품을 사용했으면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당시 국토부를 방문했을 때 중소기업이 아니고 대기업이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며 “페놀폼 등 인체 유해성 논란을 낳고 있는 단열재에 대해 정부가 조속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기업 제품이라서 인지 의심이 간다”고 말해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시각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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