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처분하지 않고 물질의 특성 활용해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안조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3 16: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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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박환서 박사팀, 탄화붕소로 전환 중성자흡수체로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
3000억원 이상 경제적 효과와 고가의 중성자흡수체 구입비까지 절감 전망

탄화붕소 중성자흡수체 시제품을 들고 있는 박환서(사진 왼쪽)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장과 이기락 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 박환서 박사팀이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물리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탄화붕소(B4C)로 전환해 중성자흡수체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지 않고 물질의 특성을 활용해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고가의 중성자흡수체 구입비까지 절감할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일반폐기물과 달리 200리터 드럼 안에 안전하게 포장해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이송돼 처리된다.
한 드럼 당 1500만 원의 처분 비용이 들기 때문에 폐기물 부피를 최대한 줄이는 과제다.
이번 기술 개발로 3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은 원전 내 보관중인 약 5000 드럼의 폐활성탄(드럼 1개당 200L)과 붕산을 함유한 약 2만 드럼의 건조분말을 이용한다.
폐활성탄의 구성성분인 탄소(C)와 붕산건조분말 중 붕소(B)를 탄화붕소(B4C)로 합성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 핵분열을 방지하는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한다.
탄화붕소는 중성자 흡수능력이 뛰어난 대표적 물질이다.
연구팀은 산업용으로 흔히 쓰이는 고출력 전자렌지를 이용해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1500℃ 이상으로 가열했다.
탄소와 붕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은 휘발해 분리되고 탄화붕소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단순히 탄화붕소로 전환만 해도 특수용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경주처분장의 기준을 만족할 수 있다”며 “처분부피를 약 30% 이하로 줄일 수 있어 3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운영, 해체과정에서 상당량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 중 극저준위 금속폐기물을 이용해 중성자흡수체를 담는 지지체까지 제조함으로써 폐기물 양을 더욱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매년 공기정화계통에서 폐활성탄 약 100드럼, 원자로 감속재로 쓰이는 붕산도 약 수백 드럼이 폐기물로 발생한다.
또한 고리1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해체과정에서는 배관, 부품 등 금속류 폐기물이 호기 당 수천 드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할 경우, 폐활성탄과 붕산은 전량 새롭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속류 폐기물의 경우, 처분부담이 크기 때문에 같이 활용하면 비용 경감효과는 더욱 크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극저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 재활용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전환을 통해 방사성폐기물 처분동굴의 채움재, 관리시설 내 차폐재, 보조 인공구조물 등으로 활용하는 게 전부였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사성폐기물을 합성하고 재구성해 활용하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연구팀은 현재 대상 방사성폐기물의 방사화학적 특성평가, 물질의 취급이 용이한 원료화 공정, 공정의 단순화를 위한 재료합성공정, 중성자흡수체를 다양한 형태로 만드는 개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방사성폐기물을 원료화, 재료화하고 제품을 제조하는 전체 공정을 실험실 규모로 모의 시현해 성공했으며, 핵심 기술에 대한 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부피감용을 위한 탄화붕소 전환 처분 기술과, 탄화붕소를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하는 기술을 실용화한다는 목표다.
이후 원전의 해체폐기물 처리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본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계 및 학계와 협력하여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박환서 박사는 “일반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듯 방사성폐기물도 또 하나의 유용한 자원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실용화에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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