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금호그룹 품 떠난다

김슬기 / 기사승인 : 2019-04-16 16: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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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유동성 확보위해 지분 33.47% 매각 결정
인수합병(M&A) 시장에 SK, 한화 등 후보 거론
일부 자회사 경영권 유지로 방어?…사 측 “알 수 없다”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항공사를 내놓게 됐다. 감사보고서 한정 파문 이후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하는 등 초강수를 뒀지만 매각 수순을 피하지는 못했다.

창립 31년 만에 그룹의 품을 떠나는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연간 매출 중 약 60%를 책임지는 주력 계열사였기에 인수합병(M&A)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인수 기업으로는 SK, 한화 등이 거론된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보유한 고속관광과 리조트 부문 등 알짜 회사를 확보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서 현재 그룹 측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전 회장 / 연합뉴스 제공

◆ 새 주인은 누구?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치열한 인수전이 예상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의 가치는 약 5,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들 가치 등을 고려하면 전체 매각 가격은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이 3조4,400억원(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는 점과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도 1조3,200억 원이나 된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선 유동성 확보가 필수라는 평가다.

현재 SK, 한화, 애경, CJ, 신세계, 호텔신라 등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로 거론된다.

특히 SK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인수설이 흘러나왔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 제안했고 이것이 전략위원회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라갔다는 것. 앞서 SK가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협의회 내 신설부서인 글로벌 사업개발부 부사장으로 영입한 점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됐다. 당시 SK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향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자금력이 충분한데다 인수 이후 상당한 수익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

한화그룹 역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는 국내 유일의 항공엔진제조 기업 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을 품는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가지고 있는 애경그룹, 면세점 사업과 상호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신세계그룹, 물류업계 강자인 CJ그룹 등도 후보군으로 올라와 있다.

현재 해당 기업들은 인수설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앞서 전날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의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줄면 지배구조가 취약해지는데다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에 돌입할 수 있어 그간 금호아시아나는 매각만은 피해왔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의 경영 일선 후퇴, 차단 등의 강수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에 대한 ‘진정성 부재’라는 지적을 받으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 계획안도 퇴짜를 맞아 결국 항공사를 시장에 내놓게 됐다.

금호그룹은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M&A를 진행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33.47%, 6868만8063주)를 제3자인 특정 대기업집단에 매각하는 동시에 구주를 사들인 대기업집단이 신주도 인수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이와같이 구주매각과 유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M&A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M&A가 종결될 때까진 아시아나항공 경영은 한창수 대표이사 사장이 맡게 된다.

금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대신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채권단에 5,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채권단에선 영구채 방식의 지원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 중견기업으로 전락…방어 나설까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고속과 작년 말 기준 시공능력 평가순위 23위인 건설업만 남게 된다. 한때 재계 7위에 올랐던 그룹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하락될 전망이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자회사를 모두 통으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회사 매각 여부와 관련해선 인수 기업과의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고속버스 운행사업으로 분류되는 ‘금호티앤아이’와 리조트 사업인 ‘금호리조트’에 대해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경영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르는 일이다”며 “현재는 아시아나항공 주식만 매각하겠다 공고한 거지 (자회사 유지 여부는) 전혀 정해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했는데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앞서 1946년 고 박인천 창업주가 광주택시,를 창업하면서 탄생이 됐다. 이후 1988년 아시아나항공을 취항한 이래 건설, 항공, 육상운송, 레저 등 사업군을 거느리며 그룹으로 발전됐다. 특히 금호고속은 국내 고속버스 시장 점유율 1위로 발돋움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해왔다.

그룹은 2002년 취임한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나간 금호는 당시 자산 규모 26조원으로 재계 열손가락 안에 들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이들 회사를 모두 되팔았다.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업은행에 내주게 됐다.

2015년 지주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그룹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서 자금 마련에 실패를 겪고 올해 들어선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까지 빚으며 재무 건정성 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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