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퀄컴 ‘세기의 소송’ 끝

김슬기 / 기사승인 : 2019-04-19 16:02:49
  • -
  • +
  • 인쇄
애플, 법적 분쟁 합의로 약 60억 달러 지불
맞수에게까지 손 내밀며 다급…백기 들 수밖에
삼성, 스마트폰은 ‘지장 없고’ 파운드리는 ‘웃는다’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IT공룡 애플이 최대 30조 원에 이르는 ‘특허소송전에서 백기를 들었다. 5G 시장 쟁탈전 속에서 아이폰만이 소외받고 있는 상황에 다급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퀄컴에 약 7조 원에 합의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 5G 폰 다급한 애플 ’백기 들었다‘
현지시각 기준 지난 18일 C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퀄컴과의 법적 분쟁에 합의하는 대신 약 5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추산됐다. 퀄컴의 가이던스에 따라 아이폰 한 대당 특허 로열티로 약 8~9 달러를 내는 데 합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16일 양사는 성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이 퀼컴에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일회성으로 지급하고 양측이 ‘2년 연장’ 옵션의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합의의 효력은 이달 1일 기준으로 발생한다. 이로써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던 80여개의 소송은 일괄 취하됐다.

합의를 이뤘지만 이번 ‘특허 전쟁’에서의 승자는 퀄컴이다. 애플은 그간 지급하지 않은 로열티 일부를 이번에 일부 지급하게 되면서 퀄컴의 특허사용료 부과 방식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퀄컴은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뎀칩을 공급하면서 단말기 도매 공급가의 약 5%를 특허사용료로 요구해왔고, 이에 대해 애플은 무선통신 기술과 무관한 디스플레이나 터치 센서 등 기술 혁신에 따른 수익까지 가져가는 셈이라며 맞서왔다.

이후 애플은 인텔과 손을 잡았지만 5G 모뎀칩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스마트폰 출시를 미루게 됐었다. 결국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공급사로 컨택했지만 삼성은 5G 모뎀칩 생산성 문제로 애플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모뎀칩이라는 건 휴대폰의 기능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며 “(스마트폰 제조사는) 모뎀칩 제조사하고 (스마트폰의) 구체적인 기능에 대해 알려주며 긴밀하게 협의를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애플이 경쟁자(삼성전자) 모뎀칩을 사용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물론 삼성전자의 D램, 낸드플래시를 (애플이 아이폰에) 사용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하곤 모뎀칩 사용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결국 애플이 삼성전자에게까지 공급 여부를 문의했다라는 건 5G 시장 경쟁에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애플은 결국 퀄컴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합의를 이룬 애플은 법적 위험성이 제거되고 핵심인 5G 모뎀칩 공급 문제도 해소돼 늦어도 내년에는 5G 아이폰을 출시할 전망으로 알려졌다.

퀄컴과 애플의 합의 발표 직후 인텔은 5G 모뎀칩 생산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 3년간 이어져 온 양사 갈등
두 회사의 ‘특허 전쟁’은 지난 2016년 쿡 애플 CEO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퀄컴 과징금 소송에서 퀄컴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증언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퀄컴은 중국에서 당시 생산되던 아이폰7에 인텔 모뎀칩이 탑재된 것을 문제 삼으며 애플에 맞섰다. 애플의 아이폰 칩은 자체 개발되고 있지만, 통신망과 연결하는 모뎀칩은 외부에서 조달된다. 지난 2011년 아이폰4S부터 2015년 아이폰6S까지는 퀄컴 모뎀칩이 사용됐지만, 아이폰7부터는 인텔 모뎀칩도 병행돼 탑재됐다.

이에 따라 퀄컴은 독점 계약 대가로 약속한 10억 달러 리베이트 지급을 보류했고 애플 역시 특허사용료 지급을 중단하고 2017년 1월 첫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도 곧장 특허침해 및 계약위반 혐의로 애플을 맞제소해 판을 키워나갔다.

이후 양사는 미국, 중국, 독일 등 세게 각지에서 특허권 관련 소송을 벌여왔다. 가장 최근의 소송에선 애플이 패했으며 약 352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게 됐다. 앞서 독일, 중국에서도 애플은 패소했다.

◆ 삼성이 파운드리로 수혜받나
애플이 퀄컴과 합의를 이루면서 5G 스마트폰 출시를 앞당긴 것에 대해 삼성전자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작은 늦었지만 경쟁사 애플이 5G 아이폰을 내놓을 수 있게됐다는 라는 건 출시에 먼저 나선 삼성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지난달 6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갤럭시 S10' 행사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다만 애플과의 스마트폰 경쟁 측면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합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판단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이미 삼성은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딜레이로 그만큼의 반사이익을 봤고 (5G 폰) 선제 공격을 했다”면서 “(5G 아이폰이 출시돼도)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거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는 이번 소송 타결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퀄컴이 삼성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 주요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 현재 전 세계적으로 5G 모뎀칩을 5nm 기술로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력과 투자 여력이 있는 위탁 생산업체는 대만 TSMC 외 삼성전자 단 한 곳으로 꼽힌다.

결국 이번 합의로 아이폰용 5G 통신반도체가 양산이 되면 퀄컴의 5G 모뎀칩 파운드리를 하고 있는 삼성에게도 이익이 될 거라는 판단이다. 

 

[저작권자ⓒ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HEADLINE NEWS

에너지

+

IT·전자

+

환경·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