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시 단열재 탓만 하는 정부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2 14: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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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는 단열 성능이 우선돼야,본말전도돼
화재는 예방과 사고시 안전 대책에 초점 맞추어야
외벽 단열재 시공 감독 강화, 외벽 층마다 화재 차단막 설치해야
본말전도된 단열재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지난해 정부는 화재 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신규 건축 시 준불연 단열재를 의무화하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 시행하고 있다.
준불연 단열재 적용을 제1종과 2종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노유자시설, 운동시설 및 위락시설의 용도로 쓰는 건축물로서 그 용도로 쓰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2,000㎡ 이상인 건축물에 의무화했다.
또 공장의 용도로 쓰는 건축물로부터 6M 이내에 위치한 건축물과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 이상인 건축물로 규정을 두고 있다.
대다수 신축건물에 준불연 단열재를 사용토록 한 것이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 2017년의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화재에서 드라이비트라 불리는 외벽 단열재가 화재 피해를 키워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가연성 제품으로 급속하게 화재가 커졌다고 앞 다투어 보도한 언론과 정부 발표가 한 몫을 했다.
하지만 당시 화재를 분석해 보면 드라이비트 안의 재료로 들어가는 가연성 스티로폼 보다 시공 상의 문제와 굴뚝효과라 불리는 급속한 공기 유입에 취약한 필로티구조의 건물 자체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 스티로폼 단열재를 이용한 드라이비트 시공은 지금도 보편화 돼 있으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드라이비트를 시공할 때 벽에 붙이는 접착제를 콘크리트와 같은 무기 접착제를 주로 사용하느냐와 부착 면에 꼼꼼하게 바르냐의 단순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는 드라이비트 시공 시 화재에 강한 무기 접착제가 아닌 유기 접착제를 외벽에 부착할 표면에 전체적으로 바르지 않고 가장자리 네 곳의 일부와 가운데 부분만 바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화재 시 접착면의 빈 부분은 공기 통로가 되어 스티로폼을 태우는 것이다.
완벽하게 벽면과 밀착해 공기가 흘러 들어갈 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설령 준불연재로 불리는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이 같은 시공 형태로는 화재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천 화재에서 순식간에 불이 위쪽으로 올라가 큰 인명 피해를 낸 결정적인 원인은 굴뚝효과 때문이다.
당시 제천 건물의 1층은 벽을 갖추지 않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화재 발생 시 급속하게 공기가 화재 현장으로 유입되는 구조라 순식간에 위층으로 불이 번지면서 탈출할 시간을 갖지 못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것이다.
외벽에 설치된 드라이비트 보다 건물 내부 구조의 문제로 안에 들어있던 사람들의 피난 시간을 확보시켜 주지 못한 것이다.
외부에 부착된 드라이비트의 시공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굴뚝효과로 내부에 급속히 불이 번지면서 실내의 인테리어에서 발생한 독가스와 연기, 화마로 인해 참변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화재에서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외부에 부착된 스티로폼의 가스나 불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 보다는 내부의 플라스틱 인테리어나 가구의 가스와 화마로 피해가 커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의 모든 원인을 드라이비트에 시공되는 스티로폼의 가연성 탓으로만 돌리며 건축법 시행령 개정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미국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건축 자재에 대해 가연성, 불연성 여부 보다는 인체 유해 여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화재에 대한 사전 예방을 위해 철저한 규칙 시행과 함께 평상시에 철저한 점검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재 발생 시에는 사전에 점검된 스프링클러 등 화재 진압 장비가 정확하게 작동하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피난 동선이 잘 정비됐다.
국내에서 화재를 키웠다고 지적받은 드라이비트 등 외부 단열재가 시공된 곳에는 외벽 시공의 층 마다 화재가 급속하게 번지지 못하도록 중간에 화재 차단막을 설치하고 있다.
즉, 화재를 키우는 것은 가연성 단열재가 아니라 시공 부주의와 건물 감독의 문제라는 것이다.
단열재의 목적은 말 그대로 단열이다.
가연성과 불연성을 어느 정도 따지는 것이 일리는 있으나 단열 본연의 임무에 적합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건물이나 주거공간에는 단열재를 제외하고도 가연성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바닥재와 벽지 내부 공간에 설치된 가구, 기타 생활도구 등이 모두 가연성 제품이다.
스티로폼을 화재 피해의 주범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되며 준불연 제품이 아니라고 건축법 시행령을 통해 시공을 막았다는 것이 너무나 근시안적인 행정인 것이다.
단열재의 가치는 단열 성능과 비용, 시공 상의 편의에 의해 결정된다.
덧붙여 친환경 여부도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스티로폼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면서 단열 성능이 우수한데다 시공 상의 편의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재활용까지 가능해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객관적으로 이 같은 장점을 지닌 스티로폼을 가연성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외벽에 시공할 수 없게 만든 것은 행정과 법규의 지나친 월권이라 보여 진다.
단열재 원래의 목적이 효율적인 단열인 만큼 단열에 우선해야 하는데도 부수적인 조건이 우선된 것이다.
단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열재인 만큼 본말이 전도되지 않는 정책이 입안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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