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가 화재 원인인양 호도, 가짜 제품 사용 여부 분석 시급
안전관리자 배치, 최저가 낙찰제 배제, 원-하청구조도 점검해야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는 건설 중인 현장에서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해 38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였다.
화재 원인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용접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레탄폼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유증기에 엘리베이터 용접 작업시 발생한 불티가 옮겨가 폭발을 일으켰고, 다시 우레탄폼으로 불이 번지는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레탄폼이 타면서 다시 외벽으로 설치된 우레탄 샌드위치 판넬로 번져가며 화재가 커졌다.
이번 화재가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한 직접적 이유에 대해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 및 연기 발생으로 근로자들이 미처 탈출구를 찾지 못하거나 탈출시간을 놓쳤기 때문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건물 미 완공으로 인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충분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았던 점이 결정적 피해를 키웠다.
과거 국내에서 일어난 대형 물류센터 화재는 이처럼 불꽃작업이 원인이 된 사례가 많았다.
비슷한 유형의 화재가 매년 1000건 이상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점에서 지난 2008년 지하에서 일하던 근로자 등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 창고 화재와 판박이다.
지난 2008년 1월 이천시 호법면에 위치한 냉동창고 건물 지하 1층 냉장실에서 용접작업 중 불꽃이 튀면서 우레탄 샌드위치 판넬에 옮겨 붙어 삽시간에 냉동창고 전체로 번졌다.
당시 소방당국은 유증기에 불티가 옮겨 붙어 연쇄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과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에 번지는 바람에 작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12년이 지난 이번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역시 상황이 똑같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안전조치 여부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화재 당시 현장에 안전관리자 배치와 감독 등 안전관리 조치를 이행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 대피유도등과 작업 중 환기시스템 등의 작동 여부 등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경찰의 수사는 안전조치와 소방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라는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하자 상당수 언론의 보도 내용은 거의 단열재인 우레탄폼의 유독가스인 시안화수소로 인해 질식돼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부분에만 초점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사고 직후 보였던 보도 태도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뉴스에 접하면 화재 원인과 문제점이 모두 마치 우레탄폼 사용 때문인 것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는 순간에는 우레탄폼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나 큰 줄기에서 사고를 분석해 보면 안전 조치 위반이 명백한 사고 원인이다.
화재 발생 순간의 단순한 원인과 사고 당시 인명 피해를 키운 근접적인 요인에만 초점을 맞춘 미시적인 시각에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거시적인 차원의 안전과 소방에는 아주 작은 비중으로 다루거나 의례적인 수준으로 언급할 뿐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안전 조치 불이행 등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과 대책에는 다소 소홀함이 보이는 부분이다.
우레탄폼이 실질적으로 인명 피해를 키운 만큼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우선 설계도대로 제대로 된 제품인지 가짜제품을 썼는지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특히 외벽에 설치된 우레탄 샌드위치 판넬의 특성상 판넬 내부의 우레탄 용량이나 밀도 등이 육안으로는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는 만큼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덧붙여 유독가스 배출은 석유류의 모든 제품은 어느 정도 배출되는 만큼 화재 예방과 환기 및 안전 시스템의 구비가 가장 중요하다.
간단한 화재 발생 시에는 단열재 성분으로 인한 약간의 피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화재사고처럼 대형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는 단열재의 성분이 피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단열재의 문제점만 부각해 단열재 생산 업체가 모두 문제가 있는 양 몰아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한술 더 떠 가연성 있는 단열재에 대해서는 사용을 못하게 한다든지 파격적인 규제를 취해야한다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있어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지 못하고 단편적인 논리로 우를 범하는 주장이다.
마치 비행기와 대형 크루즈선박 사고는 대부분이 대형으로 발생하는 만큼 전체 비행기와 배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교통수단의 사고 원인에 대해 안전관리 문제나 운전자의 부주의 또는 경험 미숙을 지적했던 것과 비교하면 보도 방향의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이번 화재에 대해서는 창고를 짓는 과정에서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엄밀히 분석해, 문제가 있었으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사고인 만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우선 안전관리자가 공사현장에 배치됐는지, 또 사고 당시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안전관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게 했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나라 공사현장에서 생겨나는 원-하청 구조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저가로 하청을 받은 업체는 마진을 남겨야 하는 만큼 공기를 단축시켜야 하고, 가능하면 싼 자재를 사용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안전관리자까지 배척해 사고를 키우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을 배제하고 적정 단가로 책정케 해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감독관청의 개선 요구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 대한 벌칙도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안전관리자에게 무소불위의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안전에 문제가 된다고 하면 아무리 급한 공정이라고 하더라도 안전관리자가 중단시킬 수가 있다.
안전관리자가 지시하면 사업주나 시공사 모두 반드시 따를 수 있도록 해야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일부에서 주장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벌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안전관리 시스템 붕괴와 생명 보다도 극단적인 이익에 눈먼 공사 구조상의 문제로 완벽한 인재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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