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당성 강조’…주일 외교관 불러 설명회 개최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군 확보를 위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제 여론전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계와 재계 설득을 위해 방미 중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은 미 인사들과 접촉하고 이번 제재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우리와 대치 중인 일본은 주일 대사들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대한 정당성 설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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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제공 |
◆ 유명희 본부장 美 인사 전방위 접촉…“수출규제 부당”
26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따르면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지시각 기준 22~25일 미국을 방문해 미 경제통상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무역 제재 부당성을 알리고 미 산업 및 글로벌 공급망 영향 등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인식을 확산했다.
유 본부장은 방미 기간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장관 등 미국 정부 인사와 엘리엇 엥겔(Eliot Engel) 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클 맥컬(Michael McCaul) 하원 외교위 간사 등 의회 인사들과 접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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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유명희 통상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워싱턴DC 호텔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이와 함께 한일 정부에 서한을 보낸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전미제조업협회(NAM) 등을 비롯해 헤리티지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싱크탱크와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관 전문가간담회 계기 통상전문가, 외교정책전문가 등 20여명의 경제통상관련 단체와 전문가를 만났다.
유 본부장은 이들과 만나 “일본의 조치는 기술적 우위와 무역의존도를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와 국제무역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선례”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조치 발표 이후 반도체 D램 가격이 20% 이상 인상되는 등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 본부장은 “일본의 조치는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미국 수요‧공급기업 등 관련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 의회 업계 인사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경제와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며 한국 입장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의회 인사들은 “한미 동맹과 동북아 역내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 또한 “일본 측 조치로 인한 영향을 이미 체감하기 시작했고, 한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제기한 대로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이번 조치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산업 및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리 측 설명에 공감하고,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로스 장관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통제 업무를 총괄하며 국가안보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금지, 수출촉진, 첨단기술 분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대내외적으로 계속된다.
유 본부장은 “국내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조속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 측과 대화 노력을 이어나가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 회의를 포함한 다자·양자 협의 계기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 日 정부도 ‘여론전’…주일 외교원에 ‘수출규제 정당성 강조’
일본 역시 자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 직원을 대상으로 수출규제에 대해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제3국의 주일 대사관 직원을 불러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설명회에선 이번 제재에 대해 ‘일본 내 수출관리 체제의 재검토’라는 기존 정부의 주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현재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보복) 조치가 아닌 수출관리 체제 점검 차원이라고 대외적으로 강변하고 있다.
해당 설명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정식 의제로 다루기 하루 전에 열린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됐다.
◆ WTO 이사회서 신경전 팽팽했던 韓·日
수출규제 조치를 둘러싸고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난 23~24일 국제무대에서 맞붙었다. 이날 한국 대표단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한 반면 일본은 “수출규제가 아닌 수출관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양국은 어느 쪽도 이사회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해, 첫 대결은 사실상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자 공정한 자유무역을 규정한 WTO 협정을 위반해 철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한국이 언급한 조치는 국가안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WTO에서 의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라면서 “한국이 교역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는 신뢰 아래 2004년 교역 절차를 간소화했으나 최근 3년간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의 요구에도 한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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