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 중견기업 이미 제품 생산 판매
중소업체 생산 설비 정비 및 보강과 자금 등에서 애로
EPS 업계, 준불연 시장 선점한 페놀폼보드와 경쟁 예상 속 우위 장담
준불연 시장 내년 4만t 이상 확대, 규모도 5천억원 넘어설 전망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향후 준불연 제품이 단열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티로폼으로 익숙한 EPS를 사용해 유기단열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신제품 생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8월 국토부가 발의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과 건축물의 피난,방화 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공장과 창고 등의 내외부 모든 마감재는 준불연 이상으로, 단열재는 외부 준불연 이상, 내부 난연 이상으로, 복합자재의 심재는 준불연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내부 단열재를 난연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준불연 제품이 단열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단열공법에서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보다는 외부 단열을 선호하는 추세인데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난연 보다는 준불연 단열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복합 자재의 심재도 준불연으로 규정한 만큼 패널업체에 심재로 공급하는 스티로폼도 준불연 제품을 생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난연 성능 제품 생산에 머물렀던 스티로폼 단열재 업체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불연재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뛰어난 단열 성능과 가격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생산 제품 상당량이 판로를 잃게 되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생존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 나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준불연 유기단열재 제품은 LG하우시스가 실질적으로 독점형태로 생산해왔다.
스티로폼 업계 등 대다수 유기단열재 생산업체들은 LG하우시스의 PF(페놀폼)보드에 대해 실질적인 준불연 제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실제 건축 현장에서는 미리 선점한 페놀폼보드 등이 준불연 시장의 자리를 확고하게 잡고 있다.
페놀폼(PF)은 한쪽 면에만 알루미늄막을 붙인 상태로 난연 테스트를 통과하고 있지만 양쪽 면으로 준불연 성능을 인정받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LG하우시스는 기존 유기단열재 생산업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준불연이 대세인 시장 현실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유기단열재 PF단열재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1194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하우시스 충북 청주공장에 새롭게 증설되는 4호 생산라인은 연간 1100만㎡ 생산 규모로 2022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증설을 완료하면 LG하우시스의 페놀폼 단열재 총 생산규모는 현재 생산량(1900만㎡)보다 55% 이상 증가한 3000만㎡로 늘어난다.
PF단열재는 페놀 수지에 계면활성제 등 각종 첨가제를 넣어 배합한 뒤 발포 공정을 거쳐 제조하는 단열재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13년 10월 국내 최초로 고성능 단열재를 표방하며 PF단열재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 2호 라인과 올해 5월 3호라인을 증설한 데 이어, 이번에 4호라인 증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건축용 단열재 전체 시장은 2020년 기준 1조5천억원 정도다.
내년에는 그린리모델링 등 수요 확대로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준불연은 2020년 기준 3500억원 규모다.
사용량으로는 지난 2018년 2만5천t에서 내년에는 4만t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도 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따른 그린리모델링 사업 투자와 이번 개정안 조치에 따라 준불연 단열재 시장이 2배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들도 준불연 이상 제품 출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자칫 제품 생산이 늦어지면 대기업들이 속속 진입하는 단열재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스티로폼 업계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원료 등을 이용해 준불연 제품의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일부는 지난해부터 개발된 준불연용 원료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유기 단열재 생산업체들은 기 개발된 원료를 이용해 제품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원료 단계에서 준불연 성능에 부합하는 EPS 원료인 비드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는 SH에너지화학이 대표적인 곳이다.
지난해 9월부터 자체 기술로 개발한 준불연 EPS원료인 듀오폴(DUOPOL)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듀오폴은 EPS레진에 불연 성질을 가진 무기물을 특수 처리한 제품이다.
EPS 단열재는 EPS 원료인 비드를 발포해 난연 코팅ㆍ성형을 통해 완제품이 된다.
SH에너지화학측은 발포 전 원료단계에서 흑연과 난연제가 균일하게 코팅돼 유ㆍ무기질의 결합력을 높여 스팀에 의한 탈리 현상을 최소화한 제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회사 측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EPS 단열재 제조기업 입장에서 SH의 원료를 사용할 경우 준불연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발포 비드를 코팅하는 공정이 필요 없어 기존 방식대로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원료를 이용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다행히 수년전부터 준불연 제품 생산을 준비했던 업체는 생산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상당수 업체는 힘겨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준불연재 제품 확대에 맞추어 생산 스케줄을 마련하고 있지만 생산 설비의 정비와 자금 등에서 애로를 겪고 있다.
실제 새로운 원료를 사용하면서 시험 가동하고 있지만, 기존 설비만으로 한계가 있어 설비 보강과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준불연 생산설비가 기존 설비에 비해 매우 민감하고 정교한 만큼 시행착오도 많기 때문이다.
또 자금을 걱정하고 있는 업체도 많다.
현재 생산 준비단계에서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데다 양산할 경우 기존 비드 보다 원재료 가격도 비싸 초기 판로 개척에 실패할 경우 재정난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시운전 시간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이미 시제품을 선보이고 있거나 연구개발에 나서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HDC현대EP는 준불연 EPS 제품 '더블폴'을 개발하고 공급을 시작했다.
더블폴은 입자 내부에 팽창흑연과 난연제를 균일하게 침투 시켜 화재에 노출됐을 때 연소 시간을 지연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디케이보드도 ‘준불연 EPS 단열재-DK보드’를 선 보였다.
마찬가지로 비드 내에 무기 난연제와 팽창흑연을 합침시켜 난연성능이 향상된 소재에 특수 고난연 물질을 도포 마감했다.
여기에 중견기업 몇 군데도 비드에 난연 성분을 침투시키거나 발포 후 난연 코팅의 방법 등으로 준불연 제품 생산에 성공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찌됐든 현 상태에서 EPS 준불연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 크게 차이가 없어 중소업체들도 조만간 준불연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품질 미달 제품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발포해 부풀려진 비드 입자 표면에 난연 코팅을 하는 경우 코팅층이 균일하지 않고, 공정 과정에서 핵심재료인 흑연과 난연제가 떨어져나가 품질이 저하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비드에 무기질을 결합시킬 때 접착제를 너무 많이 쓰면 난연성이 떨어지고, 너무 적게 쓰면 부풀려지는 발포 과정에서 무기물질이 떨어져 나간다.
전문가들은 단열재의 화재안전성능을 확보하는 작업이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최소한 수년 전부터 준불연을 준비한 생산기업들만이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 일부 업체들은 국내 시험 인증 강도가 일본 등 선진국들과 비교해 너무 엄격하다는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힘들게 준불연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EPS 업계지만 막상 제품이 양산되면 시공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우위로 기존 단열재 시장의 점유율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준불연 성능을 보이는 페놀폼이나 우레탄폼에 비해 장점이 많아 시장 확장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페놀폼은 물 흡수에 의한 단열성 저하, 산성침출수 발생 및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검출 등의 단점이 있는 반면 EPS 제품은 환경 유해성이 없어 소비자의 선호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우레탄폼도 시험 결과와는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유해가스가 나오는 것으로 많이 알려진데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또 무기 단열재와의 경쟁력도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무기 단열재가 소재 특성상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을 갖지만 상대적으로 단열성능이 낮고 시공성, 작업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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