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석고보드, 폐암 발생시키는 라돈 배출
잘못 시공된 단열재, 호흡기 질환 일으키는 곰팡이 생성
생활의 편리성과 미관성만 우선, 친환경 부분 간과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실크벽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가 곳곳에서 환경오염 물질로 가득 차 있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
대다수 주택이 실제로 이런 환경에 놓여 있지만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최근 입주한 고급 아파트의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많은 중산층이 살고 있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이나 아파트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외부의 주거 환경이나 교통은 제외하고 건립한 지 20년가량 된 다가구 주택을 살펴본다.
20년 정도 됐으니 대략 7~8년 전에 일부 내부 리모델링을 했다 가정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킬 자재들을 알아본다.
콘크리트나 벽돌에서 무조건 나오는 방사능 물질인 라돈은 어느 주택이나 공동으로 안고 있는 문제인 만큼 일단 제외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닥재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나 천연 성분으로 만든 바닥재를 시공한 주택도 있겠지만 대다수 다가구 주택에는 폴리염화비닐(PVC) 장판이라는 바닥재가 많이 깔려 있다.
PVC는 자체에서 포름알데히드 등의 환경호르몬을 방출한다.
PVC 장판은 제조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유독물질이자 환경호르몬을 생성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도 사용한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재는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고 호르몬분비 불균형을 유발하는데다 피부나 기관지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지난 2013년부터 이러한 이유로 유해물질 검사를 강화하고 기준치를 넘는 제품은 사용치 못하게는 하고 있다.
벽지는 한동안 열풍을 일으켰던 실크벽지로 도배됐다.
실크벽지는 천연벽지에 비해 지저분해져도 쉽게 닦을 수 있고 내구성도 좋다.
느낌도 고급스럽다.
실크벽지는 이름과는 달리 비닐 코팅한 벽지다.
실크벽지는 종이 위에 실크가 아닌 PVC를 부착한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실크벽지가 아니라 비닐코팅 벽지다.
실크벽지와 천연벽지를 같이 태웠을 때, 천연벽지에서는 안 나오지만 실크벽지에서는 까만 그을음이 나온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어린이집과 공공기관에는 방염처리하지 않은 실크벽지는 시공이 불가하다.
또 실크벽지에도 마찬가지로 종이 위에 PVC코팅을 하면서 벽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첨가한다.
당연히 유해성분이 나오고 난방을 하는 우리 주택 구조에서는 더욱 문제다.
난방을 하면 유해한 성분이 더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수년전부터 친환경 가소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재료 자체가 PVC인데다 벽지 인쇄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나온다는 지적도 있어 많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벽지 안에는 석고보드가 있다.
최근 시공한 주택의 석고보드는 대부분이 탈황 석고보드다.
하지만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다량의 라돈을 방출하는 것으로 인해 문제가 됐던 인산염 석고보드가 시공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천장재 석고보드의 경우 석고 외에 다른 혼합물까지 첨가돼 라돈 방출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라돈은 석면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이다.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담배 다음으로 무서운 물질이다.
라돈은 토양에서 나오는 무색무취한 기체로, 강한 방사선을 내는 비활성 기체다.
미국환경청의 발표에 따르면 4피코큐리(pci/L)의 라돈 농도에서 장기간 거주할 경우, 흡연자는 1,000명 중 62명, 비흡연자는 1,000명 중 7명이 폐암에 걸린다.
인산석고보드의 주원료는 인광석이다.
인광석에는 우라늄 함량이 일반 암석보다 보통 2~5배 이상 들어가 있고 많게는 우라늄 함량이 10%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석고보드가 시공된 모습
석고보드 안에는 단열재가 시공돼 있다.
아예 단열재를 시공하지 않은 주택도 있지만 대부분이 스티로폼 계열의 단열재를 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습기에 강한 압출보드라 불리는 XPS가 아닌 발포형 보드인 EPS를 시공한 경우가 많다.
EPS는 가격도 저렴하고 단열 성능도 좋지만 지면이나 습기가 스며들 수 있는 벽돌형 주택에서는 시간이 가면서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당연히 결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곰팡이가 번식하게 된다.
곰팡이는 불쾌한 냄새는 물론 공기 중에 부유하는 곰팡이 포자로 인해 건강을 위협한다.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피부질환과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영아나 유아, 노인, 환자들에겐 매우 위험하다.
성인의 경우도 한번 감기에 걸리면 쉽게 낳지 않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각종 유해물질을 유발하는 마감재로 시공돼 있다.
여기에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파나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져 있어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유해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활의 편리성과 미관성만 우선하고 친환경 부분을 간과해서는 살기 좋은 집이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집이 될 수 있다.
숨 쉬고 살아가야 하는 공간을 가장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공간에서 살기 위해 우선 집안 환경이라도 꼼꼼히 살펴볼 때다.
[저작권자ⓒ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