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 이해 못한 채 기본 무시한 졸속 법안 발의 돼 비난 여론 들끓어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6 10: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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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의원, 내·외부 마감재와 단열재 불연으로 강화한 건축법 개정안 대표 발의
단열재 이미 강화했던 국토부 개정안 입법 예고 기간에 개정안 발의 물의
유기단열재 시장 죽이고 그라스 울 등 특정 무기 단열재만 혜택 보는 법안
자칫 일부 대기업 특혜 입법이라는 비난 받을 수도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미네랄울

 
지난달 25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의원(서울 강동 을)이 전체 18명의 의원 이름으로 물류창고 화재 방지를 위한 건축법 개정 법률안, 일명 ‘물류창고 화재 예방 및 인명피해방지법’을 대표 발의 했다.
공장과 창고 형 건축물의 마감재와 단열재 기준을 강화하고 피난계단 등을 설치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올해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와 용인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와 건설현장 화재사고의 근원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개정안 법안 발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공장 또는 창고 용도로 쓰이는 건축물의 경우, ▲지하층은 규모와 상관없이 환기 설비 설치 ▲지하 3층 이하의 층에 설치하는 직통계단은 특별피난계단으로 하여 2개소 이상 설치 ▲불연성능 내·외부 마감재와 단열재 사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내·외부 마감재와 단열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불연 성능이 있는 것으로 화재에 대한 성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21일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과 건축물의 피난.방화 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단열재 규제를 강화한 뒤 불과 4일 만에 발의 됐다.
오는 10월 5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6개월 후인 내년 2월부터 적용될 예정인 국토부의 개정안 보다 단열재 성능 기준을 더욱 강화시킨 것이다.
단열재 기준을 강화한 국토부의 개정안이 입법 예고 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단열재의 화재 안전 성능을 불연성능으로 상향한 이번 개정안 발의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입법 예고된 국토부의 단열재 기준 강화도 대기업 특혜와 단열재 현실을 전혀 모른 채 강행한 악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문제 된 부분을 더욱 강화시킨 개정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유기 단열재 업계에서는 단열재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나 알고 발의했느냐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발의 안이 만일 통과되면 공장과 창고 등에서 스티로폼, 우레탄폼, 페놀폼 등 거의 모든 유기 단열재는 사용이 금지 된다.
불연재는 20분 동안 가열을 하면서 시험을 해봤을 때 최고 온도가 최종 평형온도를 20K 초과 상승 하지 않아야 한다.
가열 종료 후 시험체의 질량 감소율이 30% 이하로 나와야 하고 가스 유해성 시험에서 실험용 쥐의 평균 행동정지 시간이 9분 이상으로 나와야 한다.
실제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콘크리트나 석재, 벽돌, 철강, 유리, 알루미늄, 그라스 울, 미네랄 울, 시멘트보드 등 밖에 없다.
준불연은 불연재와 마찬가지로 가열시험을 했을 때 10분 동안 방출되는 총 열량이 8MJ/㎡이하이고 최대 열방출률은 10초 이상 연속으로 200kW/㎡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가스 유해성 시험에서는 불연과 마찬가지로 쥐의 평균 행동 정지시간이 9분 이상이어야 한다.
준불연 유기단열재는 최근 스티로폼 회사들의 준불연 제품과 경질 우레탄폼, 페놀폼 등이 해당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열재의 화재 안전 성능을 불연으로 강화하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대중적인 제품으로는 그라스 울과 미네랄 울로 한정되게 된다. 

그라스울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 합리성, 시공 용의성 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이 완전히 배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유기단열재 업계는 수만 명이 넘게 종사하는 유기 단열재 생산업체는 문을 닫으라는 지침과 동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업계 종사자들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단열재의 원리나 필요성, 목적, 시장구조 등에 대해 조금의 이해라도 했으면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열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질적인 공부는 하지 않은 채 물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니, 단열의 성능은 팽개치고 무조건 잘 안타는 것으로 대체하자는 단순한 사고에서 출발한 졸속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무리한 법안이 발의된 만큼 전체 국회의원들의 의식 수준을 감안하면 당연히 통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법안이 통과해 단열재를 불연으로 한정할 경우 대다수 단열재 업계는 물론 선량한 소비자의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단열재는 말 그대로 최고의 효율로 열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 한다.
여기에 자본주의 생리이자 기본인 가격 경쟁력과 내구성을 포함한 효용성이 중요하다.
또 시공의 편의성과 소비자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건이다.
이 같은 단열재의 기본 조건을 다 무시하고 불연을 전제로 결국은 그라스 울이나 미네랄 울 등만을 사용케 한다면 실제적인 효용을 무시하고 소비자의 선택도 강제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완전히 파괴하는 조치라 보여 진다. 

그라스울 패널

 

현재 시중에 통용되는 모든 단열재는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 석유화학 제품이 재료로 사용되는 유기단열재는 대체적으로 가격 대비 보온단열 성능이 뛰어나 제품의 효용성 측면과 시공의 편의성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그동안 단열재 시장을 주도해 왔다.
다만 불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최근에는 준불연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중소업체들이 생산하고 있으며 페놀폼은 대기업인 LG하우시스가 생산하고 있다.
무기단열재 가운데 유리나 돌 등의 소재를 원료로 하는 그라스 울과 미네랄 울은 불에 강하고 화재 시에도 유독가스 배출이 없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KCC와 벽산이 무기단열재 생산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다 기본적으로 습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제품의 한쪽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페기 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즉, 단열재의 원래 목적과 전체적인 성능을 놓고 볼 때 단지 화재 시를 대비해 불연으로만 특정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편협한 조치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해식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 내용 가운데 피난 계단과 통로, 환기시설의 구비는 적절하며 국토부의 입법예고 안에도 감리 등을 두고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화재 예방과 화재 시 인명 피해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그동안의 대형 화재에서 이러한 안전 수칙과 피난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즉, 화재의 예방과 사고 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재난 시스템의 작동이 주가 되고 단열재로 인한 피해는 부수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화재만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단열재로 돌리는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 속에서 또 다시 이러한 입법이 진행되고 있으니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입법은 또 다른 이유로 심각하게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칫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발의됐다는 의심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위해 일부러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부 대기업으로 일방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업계와 소비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전제됐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유기단열재 생산업체 A대표는 “단열재 화재 성능을 대폭 강화한 국토부의 입법 예고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졸속 법안이 또 발의됐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혹시라도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생긴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무엇 때문에 단열재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마저도 없는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발의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유기단열재를 대표하는 단체들도 “만일 이 상태로 법안이 통과되면 결과적으로 불연 성능인 일부 무기단열재 생산업체인 대기업에만 엄청난 혜택을 주는 조치”라며 “수만 명이 종사하는 유기단열재 중소업체가 생존에 위협을 받으며 고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절대 통과돼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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