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의 기본인 단열 성능과 가격 효용성 배제한 채 화재만 부각시켜 국민 현혹
불에 강한 제품만 사용하려면 침대도 쇼파도 전부 철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자사 제품 홍보도 중요하지만 제품 사용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영업 방식 택하는 것이 도리
최근 소비자에게 익숙한 모 침대·매트리스 제조업체가 불이 잘 안 붙는다는 난연 매트리스를 시판하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체측은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화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침대·매트리스에 먼저 불이 붙을 경우, 가장 큰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자사의 난연 침대를 홍보하고 있다.
침대·매트리스가 최초 착화물일 때 재산피해가 가장 큰 이유는 침실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할 만큼 면적이 넓고 공기층을 포함한 섬유 직물 탓에 가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체 측은 이처럼 높은 화재 위험성에도 국내 침대 매트리스 관련 화재안전기준은 느슨한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재안전기준으로는 화재 위험성을 정확히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렇다 보니 시중에 화재 안전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가정용 매트리스가 유통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 특허청에서 ‘난연 특성을 갖는 매트리스’ 특허를 취득했다고 밝히고 있다.
2년 전 독자 개발한 신소재 ‘맥시멈 세이프티 패딩’을 적용한 난연 매트리스로 불에 잘 타지 않고 불이 붙더라도 천천히 자연 소멸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부연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다소 길게 설명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번 난연 매트리스 홍보가 최근 그저 가연성만을 부각시키며 유기단열재 중소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대기업 단열재 업체의 행태와 판박이 같다는 기분을 느껴서다.
잇따른 공장 화재의 원인이 명백하게 화재 예방시스템과 재난 안전시스템의 붕괴에 의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불에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강력한 규제 논리를 펴면서 중소업체의 시장 퇴출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대와 단열재 둘을 비교해 보자.
침대는 사람이 눕거나 자는 곳이다.
침대의 기능은 쾌적성에 첫 번째 목적이 있다.
두 번째는 사람이 누워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물건인 만큼 인체에 해롭지 않은 유해 물질이 방출되지 않은 친환경성을 지녀야 한다.
단열재는 말 그대로 내외부의 열전도를 막아 단열을 하는 제품이다.
당연히 단열 성능이 최우선이다.
두 번째는 침대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는 곳에 시공을 하는 만큼 유해 물질의 배출이 없는 친환경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단열재는 침대와 달리 여기에 몇 가지가 더 추가돼야 한다.
이미 제작돼 집안에 들여놓는 침대와 달리 건축물의 꼼꼼한 단열을 위해 시공을 해야 하는 만큼 시공의 용이성, 편의성이 확보돼야 한다.
덧붙여 최대한 비용 대비 효과를 내기 위한 경제성도 필수 조건이다.
단열재에서 이 같은 부분이 가장 중요하며 난연이니 준불연이니 하는 화재성능 기준은 엄격히 판단하면 단열재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불에 안타는 것이 단열재의 기준으로 등장하는 것은 몸체와 꼬리가 뒤엎어진 본말의 전도다.
침대도 마찬가지다.
침대의 원래 목적인 쾌적성과 건강을 담보하는 친환경성을 갖추면서도 이왕이면 난연 성능을 지니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침대를 홍보하면서 난연 만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의 잇따른 화재에 편승해 난연 제품이 아닌 침대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오류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어 지극히 우려된다.
침대 업체의 홍보대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본다.
일반 소비자들은 난연 제품이라고 하면 불이 안 붙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연 특성을 얻기 위한 시험은 일정 온도와 환경을 정해서 자체 소각 기능과 불길 번짐 등을 측정하는 것이다.
대다수 가정이나 건물 화재는 돌발성 화재다.
돌발성 화재에는 난연 정도의 제품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창호에 시공되는 준불연 샤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녹아 내린다.
가정이나 일반 건물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는 도시 가스 사용 부주의로 인한 폭발, 온열기 과열 등으로 인한 누전이나 합선, 리모델링 등 공사 과정에서 인화물질의 부주의한 취급 등이다.
실제 얼마 전 고흥병원의 화재는 누전이었으며, 군포 아파트 화재는 창호 교체를 위해 준비했던 캔 형태의 우레탄폼이 온열기로 인해 팽창되면서 폭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화재의 경우 침대 뿐 아니라 인조 가죽 성분의 쇼파, 창문의 블라인드나 커튼, pvc 성분의 바닥재, 접착제가 첨가된 실크벽지, 합성목재로 만든 문짝과 가구 등에 순식간에 불이 붙는다.
이천 공장 화재 시의 사례에서 보여 주듯이 폭발로 인한 화재의 경우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난연이나 준불연 정도의 제품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증명된 바 있다.
또 순간적인 화재 시 탈출할 수 있는 비상 시스템이 완비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즉, 완벽한 불연 제품 아니고는 돌발성 화재에 대해서는 피해를 크게 줄이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일반 가정 화재 시 말 그대로 담뱃불 정도의 미약한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난연 제품이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나 통상적인 화재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불연이나 난연, 준불연을 모두 비슷한 개념으로 본다.
하지만 엄격히 다르다.
난연은 불에 타는 정도가 비교적 약한 수준, 준불연은 불연에 가깝게 타는 정도가 약하다는 것으로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불에 타지 않는 것은 말 그대로 불연제품이다.
철, 콘크리트, 돌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일반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 피해를 완벽하게 막기 위해서는 가구나 침대, 쇼파, 벽지, 커튼 등을 전부 철이나 콘크리트 제품을 써야 하는 것이다.
불에 타지 않으니 화재에는 안전한 제품인데 어느 누가 이런 제품을 쓰겠는가.
모든 사물에는 목적에 맞는 기능이 우선돼야 한다.
침대는 침대의 고유 기능, 가구와 쇼파도 원래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침대업체의 홍보대로 불 안나게 하려면 푹신함을 주기 위해 매트리스 속에 주입된 공기는 당연히 제거하고 안전을 위해 아예 돌이나 철로 매트리스를 만들면 된다.
자동차 화재 시에도 플라스틱 성분의 내장재로 인해 피해가 커졌으니 내장재를 전부 철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 차를 누가 타겠는가.
무기단열재의 대표격인 그라스울
다시 단열재로 돌아가 보자.
유기단열재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대비 뛰어난 기능이다.
단, 화학적 특성 상 불에 약하다.
유기 단열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난연 제품은 상용화됐으며 준불연 제품도 조만간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해되지 않는 규제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불에 강한 제품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논리상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단열재는 단열 기능이 최우선이다.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성을 지니는 것 또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무기 단열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최근 난연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 제조 회사처럼 진즉부터 불에 강한 준불연재를 주요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단열 기능과 가격, 시공 편의성 등 단열재의 가장 중요시할 요건은 뒤로 미룬 채 부차적인 기능만 강조해 왔다.
무기단열재의 특성은 불에 강하지만 유기단열재에 비해 동일한 수준의 단열을 하기 위해서는 무게가 많이 나가고 비용도 비쌀 수 밖에 없다.
시공 편의성도 객관적으로 유기단열재에 비해 약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잇따른 화재에 편승해 불에 강한 단열재만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처럼 홍보되며 무기단열재가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또한 화재에 집착하면서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모 침대업체의 난연 홍보를 보면서 유기 단열재를 제조하는 중소업체들을 고사 시키고 있는 무기단열재 대기업의 홍보를 보는 듯 해 매우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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