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된 입자의 특성과 이를 이용한 위조 방지 장치 예시. (a) 입자를 오른쪽 그림과 같이 극성용액과 같은 물에 담그면 구조색이 사라지면서 입자 내부에 3차원 홀로그램과 형광이 나타난다. (b) 3D 홀로그램 패턴이 숨겨진 UNIST라는 글자 (c)입사광 방향에 따른 입자의 구조색 변화 (d) 빛 방향에 따라 다른 글자로 변화는 위조 방지 장치 (e) 물에 담그면 사라는 문자 (f) 투명 유연 필름 내부에 구현된 위조 방지 문자/UNIST 제공
국내에서 기존 방법으로는 위조가 불가능한 지폐 기술이 개발됐다.
올해 말까지 화장품 등의 정품 인증 스티커로 상용화한 후에 지폐의 위조방지 디자인에 들어가는 코팅재로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UNIST 이지석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내부에 위조 식별 정보를 다중적으로 숨겨 놓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보통 지폐 표면에는 위조를 막는 위조 방지장치들이 코팅돼 있다.
하지만 갈수록 모방 기술도 조금씩 더 정교해지는 추세다.
이 교수팀은 구조색과 홀로그램 중 어느 한 가지를 모방하는 기존 수법들을 모두 쓸 수 없도록 두 가지 모두를 한 번에 구현할 수 있는 재료를 개발했다.
‘공액 고분자 입자’이며 특수 구조로 설계돼 200~300㎚(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를 가진다.
공액 고분자 입자는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특성(구조색)이 있다.
이 입자를 물에 담그면 구조색이 사라지면서 입자 내부에 저장된 3차원 홀로그램(입체 문양)이 나타난다.
입자에 빛을 비추면 3차원 홀로그램 형광 패턴이 생긴다.
5만원 지폐에는 은선, 숨겨진 그림 등 독립된 위조방지장치가 숨어있는데, 이 입자로 여러 위조방지장치를 하나의 글자에 집약시킬 수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글자가 나타나고, 물에 담갔을 때 글자가 사라지는 위조방지장치다.
글자의 ‘픽셀’ 역할을 하는 입자 내부에는 3차원 홀로그램이 저장돼있어 픽셀이 또 다른 위조방지장치가 된다.
이 기술은 격자무늬, 빗살무늬와 같은 ‘마스크 필터’ 사이로 빛을 통과하게(masking)해 광경화 공액 고분자에 가해지는 빛의 양을 군데군데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빛의 양에 따라 고분자 굳기와 굴절률 등이 삼차원적으로 달라져 구조색과 홀로그램 문양이 나타나고 마스크 종류를 바꿔 조절한다.
이 교수는 “입자(매질)내에 구현된 3차원 홀로그램은 착시현상을 이용하는 기존 홀로그램과 달리 보는 각도에서 모두 형태가 다른 진정한 삼차원”이라며 “공액 고분자 매질에 ‘풀 패러랙스(full-parallax)’ 특성을 지닌 3차원 홀로그램을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다”라고 설명했다.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제조에 쓰인 기술은 고정밀·자동화 공정이라 쉽게 응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를 응용해 머리카락 굵기 입자 내부에 고해상도 명화를 프린팅 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시중에 파는 확대경만으로 쉽게 명화를 볼 수 있다.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제조에 쓰인 고정밀 자동화 기술을 응용한 사례(명화 프린팅 등) (a) 위조방지 첨가제(태건트)로 쓰일 수 있는 미세입자 대량 생산 (b) 자동화된 고정밀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 고분자 입자에 고해상도 명화 프린팅/UNIST 제공
태건트(위조방지첨가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세입자를 대량으로 제조하는데도 성공했다.
이 미세입자는 가로, 세로로 4개씩 총 16개의 격자가 있으며 각 격자 당 4개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격자 당 발현되는 색상 조합을 다르게 할 경우 미세입자 1개당 약 40억(416) 이상의 암호 코드를 만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입자 내부에 명화가 고해상도로 프린팅된 위조방지 그래픽스티커와 태건트(taggant, 식별정보가 포함된 위조방지첨가제) 대량 제조 또한 가능하다”며 “보안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원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 1저자인 오종원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연구에 쓴 소재는 외부환경에 반응해 광학신호 변화를 보이는 입자를 쉽게 제작할 수 있어 빛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메타물질로도 응용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대학원생 및 학부 졸업생과 함께 ㈜AMHOLO라는 위조방지 시스템 개발 회사를 창업해 해당 기술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기술은 재료분야 최고 권위지인 Nature Materials에 지난 4일자(현지시각)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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