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시작이 환경이었으면 마무리도 환경에 초점 맞추는 일관성 있어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에 맞춰 ‘제로에너지주택’과 ‘그린리모델링’ 확대>
문재인 정부의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이 선언되면서 국내 주택 시장에서도 ‘제로에너지주택’과 ‘그린리모델링’ 확대 등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후변화대응 선도국 도약에 박차를 가하면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제조업을 2050년까지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거 또는 사무용 건축물 등의 에너지 사용을 줄여 탄소를 절감하는 ‘그린 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 주택’ 추진이 뒤따르고 있다.
주거 또는 사무용 건축물 등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지 않고는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건축물 등 주거 등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사용 비중은 조금 줄고 있지만 전체 17~18% 가량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에너지 사용을 줄여 탄소 생산을 줄이는 것은 에너지 생산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으로 대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신재생 생산이라도 환경 파괴와 완벽한 탄소 배출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 해 에너지 생산을 줄이는 것이 탄소 배출을 막고 환경을 지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일상생활에서 에너지를 그나마 쉽게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주거와 사무실 등의 용도다.
산업 생산 시설이나 운송 수단은 경제활동을 줄이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반면 제로에너지 건물의 활성화를 통해 주거 등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다.
도심 소각장
<사업 확대로 단열재 사용량 늘어나는 만큼 폐기되는 단열재량도 급증>
제로에너지주택은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건물이다.
국내는 특화된 단열재와 고효율 창호를 사용하고,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커뮤니티시설의 냉난방에 지열을 활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 혁신을 위한 전담기구'도 발족했다.
국토부와 LH, 한국부동산원,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1000㎡ 이상 공공건축물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의무화 됐고 2023년부터는 500㎡ 이상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민간 건축물도 2025년부터 인증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제로에너지주택은 엄격히 따지면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완전히 제로화 하는 고유의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아니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완벽한 단열을 기본으로 단순한 채광만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유일하게 에너지가 필요한 부분은 가전제품 사용과 온수 예열 등이다.
이러한 제로에너지주택의 핵심은 단열이며 제대로 된 성능의 단열재를 사용해 에너지의 누수를 차단하는 것이다.
단열 효율이 높아 에너지 유입이 없는 만큼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물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 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 주택’ 추진에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사업이 추진되면서 단열재의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는 만큼 추후 폐기되는 단열재량도 그 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질적인 재활용(물질 회수)이 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폐단열재로 인해 탄소 배출은 물론 환경오염과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도 실질적인 재활용이 되지 못하고 단순 폐기되는 대표적인 단열재는 우레탄폼과 페놀폼, 그라스 울 등이다.
이들 제품들은 소각 시 폐기 물량의 두 배 가량의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 등을 배출하게 된다.
매립 시에도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우레탄폼은 폐기 시 대부분을 소각에 의존하고 있다.
페놀폼은 매립과 소각을 통해 폐기하고 있다.
최근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레탄폼과 마찬가지로 매립 보다는 소각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품들의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독가스는 이산화탄소 배출 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킨다.
다이옥신과 질소산화물, 황화수소 등이 공기 중으로 배출 돼 사람과 동식물에게 오염을 시키고 있다.
다이옥신은 1군 발암물질로 환경호르몬이다.
사람의 호르몬처럼 작용을 해 내분비를 교란시키는 유해물질이다.
다이옥신은 공기 중으로 올라가 지표나 하천 등으로 떨어진 뒤 각종 생태계에 머물다 최종 먹이 사슬인 사람에게 흡수된다.
일산화질소는 대기 중에서 산화 돼 이산화질소로 변하면서 폐기종과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그라스 울은 폐기 시 소각이 마땅치 않은 만큼 주로 매립에 의존하고 있다.
매립지 확보도 힘들고 설령 매립한다고 해도 산성도가 높은 침출수가 발생하면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
토양 산성화와 침출수의 하천 유입은 주변 생태계를 파괴 시킨다.
이처럼 환경과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단열재들에 대해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는 단순하게 자원순환기본법에 의한 폐기물부담금 부과다.
<물질 회수 재활용 못하고 단순 폐기되는 단열재 사용 막아야>
탄소 제로를 통해 지구 환경과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정부가 재활용되지 않는 폐 단열재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현 상태로 폐 단열재에 대한 단순 사후 처리(소각과 매립)가 지속된다면 단열을 통해 에너지 절감과 탄소 배출을 막겠다는 것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로에너지 주택을 통해서 에너지를 절감시키려는 노력만큼, 갈수록 늘어나는 폐단열재에 대한 처리를 심각하게 검토할 때다.
정책을 시작하면서 환경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마무리까지 환경에 초점을 맞추어야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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