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단열경제]이재철 기자
지난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29명의 희생자들은 모두 연기에 질식해 숨진 바 있다.
또 얼마 전 광주광역시의 모텔 화재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통점은 화재 발생에서 작접적인 불에 의한 피해 보다는 연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과 제도는 유독가스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만큼 시급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고층건물의 화재를 대비해 일정 시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건물 구조와 건축자재를 규제하고 있다.
불에 잘 타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해 인증까지 받은 난연재라는 건축 자재들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난연성 단열재와 보온재가 화재 발생시 빠른 시간에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급속히 배출한다는 점이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난연성 재질의 우레탄폼 단열재와 보온재를 수거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가스유해성시험을 해본 결과 기준에 미달해 유해성 논란을 낳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성 단열재가 손쉽게 시공되고 유통되는 이유는 현행 법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건축마감재는 가스 유해성 시험까지 통과해야 하지만 단열재 등의 제품들은 마감재로 구분되지 않고 단순 건축재로 분류되고 있는 맹점이 있다.
건축현장 우레탄폼 사용량은 2013년 2만t에서 2018년 9만t으로 증가했다.
우레탄폼 유독가스 성분을 분석한 결과 100g의 우레탄이 탈 때 치명적 독가스인 시안화수소가 420ppm이나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정도 농도면 5분 내에 질식해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는 수치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선 우레탄을 단열재로 쓸 땐 유해가스 안전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2층 이상 건물 사용은 금지되고 1층짜리 건물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화재시 배관이 연통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배관로 틈을 막아주는 내화충전재도 마찬가지다.
또 경실련이 우레탄과 PVC 재질의 내화충전재를 수거해 전문기관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 제품 100g에서 나오는 연기만으로도 5분만에 생명을 앗아 갈 만큼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축재 전체로 난연성 뿐만 아니라 유해성 여부를 정밀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플라스틱 유독가스의 피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을 당했던 지난 2003년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다.
전동차 내부의 내장판, 바닥, 의자 등이 대부분 유독가스를 품어내는 플라스틱 재질이었다.
벽과 천장은 FRP(강화섬유 플라스틱)와 폴리염화비닐(PVC)로, 바닥은 일반 장판보다 강도가 높은 염화비닐수지로 장식됐다.
의자는 합성섬유의 한 종류인 폴리에스테르(polyester)를 덮개로 쓰고 그 안쪽의 쿠션패드는 폴리우레탄(polyurethane)폼 등을 사용했다.
여기에 각종 안정제 등의 약품이 첨가돼 불안전연소하면서 일산화탄소(CO)와 시안화수소(HCN), 암모니아(NH3), 아황산가스(SO3), 염화수소(HCl) 등의 독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화재 발생시 10명중 6명이 가스에 의해 질식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과 불에 의한 것 보다도 유해가스에 의한 사고 피해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기준 초과로 인체 유해 논란을 빚고 있는 페놀폼 단열재와 마찬가지로 화재 시 유독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우레탄폼 단열재 등에 대한 유해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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