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 시작된 불 외벽 타고 10분 만에 9층 건물 불길에 휩싸여
벽과 드라이비트 사이의 공간으로 불길을 위쪽으로 급속히 확산시킨 시공 상 문제도 있을 듯
정부, 단순한 준불연 규제 강화 정책 재검토하고 화재 대비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할 때
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동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9일 오전 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동의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정부가 무조건 밀어붙인 준불연 단열재가 대형 화재 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효과도 없으면서 경제성과 효용 면에서 뒤떨어진 준불연만 고집하는 정책을 탈피하고 체계적인 화재확산방지시스템으로 화재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관서는 이날 불이 9층 건물의 지하 1층에서 용접작업을 진행하던 중 불꽃이 튀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식 주차장 지하에서 시작된 불은 외벽을 타고 10분 만에 9층 건물이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순식간에 번져 소방관과 주민 등 21명의 인명 사고로 이어졌다.
소방관서는 빠른 불길 확산의 원인으로 건물 외장재를 지목하고 있다.
문제는 외장재가 불에 잘 타지 않는다는 준불연 단열재로 시공됐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의 준불연 강화조치에 힘입어 급격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페놀폼(PF)보드가 드라이비트 습식 공법으로 시공됐음이 확인됐다.
현행법은 6층 이상 건축물 외부에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준불연재 이상을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2017년 지어진 오피스텔인 만큼 법규에 따라 준불연재가 시공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발생한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오피스텔 신축 건설 화재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지하 6층·지상 19층 규모로 마무리 외벽 단열재 겸 외장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이 붙어 급속히 확산 됐으며 당시 외벽에 사용된 단열재 또한 준불연재로 알려진 페놀폼보드였다.
즉, 대형 화재 시 준불연 제품이나 가연성 제품이나 화재 확산 속도에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화재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그동안의 사례로 비춰 볼 때 드라이비트 시공 상의 잘못된 관행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 된다.
‘빨리 마른다’는 의미의 드라이비트는 외벽에 단열재를 부착하고 그 위에 메쉬를 붙여 몰탈이 잘 붙게 하는 공법이다.
다양한 색을 넣은 석고나 시멘트 등의 몰탈을 메쉬 위에 마감하는 방법으로 시공이 쉬우면서 공사비도 저렴하다.
외단열 방식으로 단열과 방음효과가 뛰어나고 결로도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벽에 단열재를 부착하면서 공기가 흐를 수 없도록 빈공간이 없이 완벽하게 시공이 돼야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화재 시 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외벽을 따라 올라가는 불길이 번질 때 벽과 단열재 사이의 공간이 생겨 굴뚝 역할을 해 공기가 유입되면서 불길을 위쪽으로 급속히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번 안락동 화재와 관련해 소방관서는 밑에서 올라온 화염이 드라이비트 내부로 해서 급속하게 진행된 걸로 추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화재가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화재만 발생하면 모든 원흉으로 지목했던 가연성 단열재나 이를 배척해 모든 현장에 시용하게 하는 준불연 단열재나 화재 확산 속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단순한 실험을 통해 조금 불이 덜 붙는 수준의 단열재만을 고집한 것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화재는 예방과 확산방지시스템으로 작동돼야지 단순하게 준불연 성분으로 규제한다고 해서 효과가 생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드라이비트가 시공된 사례에서 등장했듯이 드라이비트 내 공기 통로를 완전하게 차단하지 않으면 화재 발생 시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촘촘히 시공해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통로를 막아야만 하는 만큼 시공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감독하고 정확하게 규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단순한 준불연 규제 강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화재에 대비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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