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 성능과 경제적 가치에 비해 홀대 받는 스티로폼 단열재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6 09:53:51
  • -
  • +
  • 인쇄
지구 환경 위해서는 친환경성과 기능성 재활용 여부가 관건
스티로폼 재활용률 독일, 일본과 비슷한 최고 수준
건물 화재 시 확산을 막기 위한 화재확산방지띠 설치 제안
업계 “재활용 최고인 친환경 제품을 화재로 매도해 사용 못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단열재 가운데 최고의 친환경 제품인데 한순간에 이렇게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과연 타당한 제도냐?”
“화재로 인한 피해가 없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으로 화재와 기후변화 등 환경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도 비교하고 정확한 판단을 한다면,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는 명백한 것 아니냐?”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예방 시스템과 재난 시스템의 미흡한 작동 때문이라는 것으로 이미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기단열재만 퇴출시키려는 것은 무슨 의도가 있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과 건축물의 피난 및 방화 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해 스티로폼 단열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 사장 A모씨는 이렇게 분노를 표했다.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난연 제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의 유기단열재 생산 업체들은 준불연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 당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공장과 창고 등의 내외부 모든 마감재는 준불연 이상으로, 단열재는 외부 준불연 이상, 내부 난연 이상, 패널 등 복합자재의 심재는 준불연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준불연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유기 단열재 업체는 실질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기단열재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준불연 제품 생산에 사활을 걸며 내년을 대비하고 있지만 아직도 정부의 조치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분위기다.
화재 시 인명 피해를 유발했던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애꿎은 유기단열재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찍부터 단열재를 도입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왔던 유럽 선진국 등은 건축물에 난연 이상으로 규제하는 국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우리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스티로폼 업계는 선진국들은 이상 기후 등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에 있는 만큼 에너지 절감에 모든 정책의 주안점을 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에너지 절감을 위한 필수품인 단열재와 관련해서도 정책의 초점을 단열 성능과 가격 경쟁력에 맞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환경의 침해를 최대한 막기 위해 재활용 될 수 있는 단열재와 마감재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 정책은 세계 환경기구 등이 추진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 기온 상승 저지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구 환경을 생각한다면 친환경성과 재활용 여부가 관건인데 이 같은 기준에서는 스티로폼만한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스티로폼은 대중화 된 단열재 가운데 매우 높은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스티로폼 단열재는 그동안 친환경 제품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비드라는 구슬 모양 원료를 미리 가열하여 1차 발포시키고 이것을 적당히 숙성시킨 후, 판 모양의 금형에 채우고 다시 가열하여 2차 발포에 의해 융착, 성형한 제품이다.
치밀한 독립기포로 형성된 만큼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효과가 높고 독립기포 구조로 공기막을 형성하여 ​층간 소음을 흡수하는 효과도 크다.
여기에 부피에 비해 ​제품이 가볍지만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작용도 뛰어나다.
양식용 부자재로 사용될 만큼 장시간 물속에 두어도 ​물의 흡수량도 매우 적어 주택 시공 시 결로 방지를 위해 사용된다.
독성이 없어 식품 포장 용기로도 많이 사용될 정도다.
사공 시 가격도 저렴한데다 먼지나 섬유가 발생하지 않고 피부, 눈, 폐를 자극하지 않으며 어떠한 개인 장비나 보호구가 필요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이다.
즉, 스티로폼 단열재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완벽한 제품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기눙성 재활용률도 빼어나다.
기능성 재활용은 폐기물의 성분을 그대로 살리면서 단순 가공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실질적인 재활용이다.
페기물을 화학적으로 변화 시켜 원료를 채취하거나, 단순하게 잘게 쪼개 펠릿 형태의 고체 연료를 만드는 것도 재활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원래의 성분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비용과 환경측면에서 기능성 재활용이 실질적인 재활용인 것이다.
최근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생원료 가격 보다 새로운 재료 가격이 싸지다 보니 재활용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단열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2009년 스티로폼 재활용률은 독일, 일본과 비슷한 최고 수준의 72.1%에 이르렀다.
다양한 유색 제품의 출시로 분리수거에 애로를 겪으며 재활용이 줄었지만 지금도 높은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스티로폼의 기능성 재활용률은 57.7%다.
가연성 폐기물로 이용될 경우까지 감안하면 예전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내 폐스티로폼은 감용기를 이용 1차 재생물질로 불리는 잉곳으로 재탄생한다.
이를 분쇄해 건축자재, 합성목재(욕실 발판 등), 토양개량제, 경량콘크리트 등을 만드는데 재사용된다.
또 잉곳을 이용해 가전제품 완충재로 만들어낼 만큼 친환경성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제품 자체의 친환경성과 높은 재활용률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따른 화재로 인해 정부로부터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로폼이라는 유기단열재의 특성상 불에 타기 쉬운 단점만을 부각해 모든 규제를 가하고 있다.
가격 대비 최고의 단열 성능, 시공 편의성, 제품 자체의 친환경성, 친환경을 위한 높은 재활용률을 갖추고도 불에 약하다는 점만 부각돼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 스티로폼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는 외벽단열재도 선진국처럼 단열기능을 우선으로 해 단열 성능이 뛰어난 단열재를 사용토록 하는 대신에, 건물 화재 시 확산을 막기 위한 화재확산방지띠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건축물 외벽 중간에 화재 시 불연 성능을 갖춘 폭 40cm 이상의 확산방지띠를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벽 마감재 시공 시 접착제를 벽에 붙이는 부위에 꼼꼼히 칠해 주지 못해 공기 틈이 생기면서 화재 발생 시 확산이 빨랐던 만큼 철저한 시공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최근 화재가 난 울산 주상복합 건물도 알루미늄 패널(심재 폴리에틸렌)의 외벽 마감재 사이에 화재확산방지띠가 설치되고, 촘촘한 마감이 됐다면 화재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티로폼 업계는 이처럼 화재만 발생하면 스티로폼 등 유기단열재가 모든 책임이 있는 냥 몰아가는 언론과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너무나 쉽게 결론내고 이에 맞게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업계 종사자 B씨는 “화재만 나면 언론에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스티로폼 등 유기단열재가 화재 원인인 냥 발표하고 있다”며 “특히 이천 물류 창고 화재나 울산 화재 발생 때에도 스티로폼이 아닌 다른 제품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스티로폼부터 언급하는 것이 종사자 입장에서는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스티로폼이 유기단열재의 대표격이지만 정확하게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스티로폼이라고 발표하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죽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업계의 생존이 달린 것인데 언론에서 제대로 생각하고 보도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어찌됐든 내년 2월 시행으로 다가온 준불연 이상의 규제 속에서 스티로폼 단열재 업체들은 올겨울 추위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대책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HEADLINE NEWS

에너지

+

IT·전자

+

환경·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