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우레탄폼 업계 준불연 이상 단열재 규제 대기업 특혜 주장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2 09: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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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시행 단열재 개정안 누구를 위한 제도 시행인가 의문
문제는 중소기업 단열재 업계 아무리 적정 논리로 주장해도 정부 우이독경
유기 단열재 생산하는 중소기업 상당수 이미 생산량 반 토막
대기업인 LG하우시스, KCC, 벽산은 생산량 확대에 공장 증설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 논란 페놀폼 정부의 공식적인 유해 여부 결정 없어
무기단열재 그라스울 페기 시 환경 피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 가 의문

페놀폼 보드

내년 2월부터 국토부가 발의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과 건축물의 피난 및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장과 창고 등의 내외부 모든 마감재는 준불연 이상으로, 단열재는 외부 준불연 이상, 내부 난연 이상, 패널 등 복합자재의 심재는 준불연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수십 년간 기존 시장을 장악해 왔던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업계는 “정부가 졸속 규정을 밀어붙여 페놀폼을 제외한 유기단열재 시장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유기단열재에 비해 단열의 전반적인 성능 부분에서 뒤떨어진 무기단열재가 단지 화재에만 강하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선택 받을 가능성이 높아 전체 단열재 시장을 왜곡 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업계가 이처럼 개정안 시행이 확정됐음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향후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준불연 단열재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가 대부분 대기업이다 보니 대기업의 로비에 밀려서 졸속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즉, 영세한 중소기업 수준인 자신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유기단열재 가운데 준불연을 표방하고 있는 페놀폼에 대해서는 포름알데히드 방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토부나 환경부가 명확하게 유해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티로폼 업계는 지난 6월 정부의 단열재 규제안에 강력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단열재 시장이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 단열재와 복합자재의 심재까지 준불연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단열재의 기능을 간과한 일방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천 등의 공장 화재가 발생하면 대다수 언론과 조사기관이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이 가연성 물질이라 화재 피해를 키웠다고 발표하면서, 실제 사실과 달리 여론에 몰려 유기단열재가 화재의 원인인 냥 부각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화재를 키운 것은 단열재 때문이 아니라 화재 안전시스템 미 작동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정부는 물론 여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준불연을 이미 생산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아무리 준불연 제품이라고 홍보해도 가연성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결국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페놀폼이나 그라스울 등으로 시장이 쉽게 넘어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라스울 패널


실제 단열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이러한 기류에 맞춰 생산 확대를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
준불연 제품이라고 홍보하며 페놀폼을 생산하고 있는 LG하우시스는 충북 청주 공장에 최근 1194억원을 투입해 연간 1100만㎡의 생산 라인을 2022년 3월 준공 목표로 증설하고 있다.
증설이 끝나면 LG하우시스의 페놀폼 단열재 생산 규모는 현재 생산량 1900만㎡ 보다 58% 늘어난 3000만㎡가 된다.
지난 2013년 페놀폼 단열재를 생산하면서 시장에 뛰어든 후 2018년 청주공장의 2호 라인, 올 5월의 3호 라인 증설에 이어 급속하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공장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을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인 KCC와 벽산도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CC는 지난해 강원도 문막 공장의 그라스울 생산라인 2호기 증산공사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2호기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2만톤에서 2만6천톤으로 늘어났다.
KCC의 문막·김천·전주 1공장의 연간 단열재 생산량은 10만톤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연간 최대 가능 생산량은 13만톤 이상으로 예상되며 2017년에는 11만4548톤, 2018년 11만4395톤을 생산했었다.
(주)벽산은 여주공장 그라스울 2호기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여주 2호기 생산라인 증설이 완공되면 연간 8만톤의 그라스울을 생산하게 된다.
익산공장 1~2호 생산라인은 6만톤, 여주공장 1~2호는 2만톤 생산이 가능하다.
벽산은 여주 2호기 증설과 함께 시장 상황에 따라 익산 공장 그라스울 생산라인 3호기 증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단열재 공장을 크게 증설하는 것은 중소기업이 그동안 주도했던 국내 시장을 충분히 잠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화재안전성능이 준불연 이상으로 강화되면서 대기업이라는 인지도와 홍보 및 자본을 내세워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확실한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페놀폼은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과 판매에서 반토막 나고 있는 스티로폼 공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티로폼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은 유기단열재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가고 있는 페놀폼 단열재에 대해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페놀폼 단열재는 모방송사의 의혹 제기에 이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페놀폼에서 1군 발암물질 성분인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이 기준치의 10배 이상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페놀폼 단열재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은 0.209mg/㎡로 건축 마감재의 포름알데히드 기준치(0.02mg/㎡)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페놀폼이 대세로 등장하면 성능에 미달하는 중국산 페놀폼 단열재가 국내 기존 중소기업이 도산·폐업되는 빈 공간을 차지해 국부유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에 대해서는 지붕재로 사용 시 수분으로 인한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구조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 시공하거나 제품을 만지는 과정에서 얼굴이나 피부가 따끔거리는 현상이 생겨나는 등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폐기 시 문제도 거론했다.
주로 매립에 의존하는데 매립지 확보가 어려우며, 매립 후 산성도가 높은 침출수가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정부가 인체나 환경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검증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페놀폼이나 그라스울 등을 생산하는 특정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특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레탄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도 개정안 시행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협회는 마감 재료가 아닌 건축 단열재에 대해 내외부 마감재료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준불연 이상 성능으로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규제라는 입장이다.
복합자재인 패널 등에서 심재를 준불연으로 규정한 것도 논리에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로폼 패널


복합재료의 특성상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준불연에 해당하는 표면재를 사용하여 제조한 제품임에도 내부 심재까지 규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공 시 표면재가 있는 상태에서 기준 성능을 충족시키면 복합재료의 목적과 용도에 맞다는 입장이다.
표면재까지 포함된 것이 복합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표면재를 제거하고 심재 자체도 준불연 성능을 요구하면 이중규제, 과잉규제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업계의 이 같은 타당성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 입장이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업계는 지속적으로 단열재의 원래 목적은 단열 성능이 최우선이고 시공 후 단열 성능이 최대한 감소되지 않아 건축물의 열 방출을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여기에 단열 성능 대비 적절한 가격의 효율성과 시공 편의성 등이 시장 경제 원리에 맞다는 논리도 펼쳐왔다.
하지만 정부가 단열 성능 보다도 무조건 불에 강한 단열재만을 고집하다 보니 원래 가치가 뒤로 밀리고 부차적인 가치가 부각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화재는 분명히 안전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하며, 단열재는 순수하게 단열의 성능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열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 대표 A씨는 “중소업체의 올바르고 논리적인 주장도 힘의 논리에 밀려 잘못된 정책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중소업체를 죽인다면 누가 이 나라에서 중소기업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정부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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