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화재 발생한 남양주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은 외벽에 페놀폼 부착
업계 대변하는 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런 상황에도 어떠한 조치 없이 침묵 일관
화재로 검게 그을려 있는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오피스텔 신축 건설 현장.오른쪽 벽면의 녹아내린 부분이 페놀폼이 부착됐던 부분이다.
<페놀폼이나 알루미늄 패널 시공했어도 불나면 우선 스티로폼 지목>
수십 년 동안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아오면서 대한민국 단열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왔던 스티로폼 단열재가 최근 동네북 신세가 됐다.
대형 화재만 발생하면 가연성 단열재 문제가 부각되고 대표 제품인 스티로폼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스티로폼 단열재와 전혀 상관없는 화재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정확한 조사나 확인도 없이, 스티로폼으로 예단하면서 이 곳 저 곳에서 비난 받는 봉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여론 조성으로 인해 대형 화재 시 가연이나 준불연이나 피해 확산에서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로폼 퇴출의 정당성 논리로 비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가 지난달 24일 발생한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의 신축 오피스텔 공사현장 화재다.
불이 나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스티로폼 등 가연성 단열재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무책임한 언급을 했다.
외벽에서 발생한 화재인데 스티로폼은 시공되지 않았고 시중에서 준불연 제품으로 잘 알려진 페놀폼이 부착된 현장이다.
현행 법 규제는 고층 건물의 외벽에는 스티로폼 단열재는 시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지, 알고도 일부러 그러는 건지, 전문가 입에서 스티로폼을 언급했다는 자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단열재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저 언론에서 거론된 내용만 믿고 스티로폼 단열재가 마치 화재의 원흉인 냥 믿게 된다.
화재가 발생한 오피스텔은 지하 6층·지상 19층 규모로 마무리 외벽 단열재 겸 외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수직으로 확산되면서 15층까지 피해를 입었다.
현장에 있던 근로자 대부분은 구조됐으나 60대 근로자가 상가 건물 3층에서 추락해 숨지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해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임시소방시설과 근로자 안전조치 등 과실 여부 등도 확인하고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감식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상으로는 언론에서 언급한 스티로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현장에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이 진행됐던 만큼, 용접의 불티가 외벽 단열재로 옮겨 붙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은 2시간여 만에 진화됐지만 정면의 외벽은 온통 그을렸고 오른쪽 외벽은 외장재(외단열재)가 불에 녹아내려 만신창이가 됐다.
화재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외벽 단열재로 페놀폼이 쓰였다.
바깥 면을 알루미늄으로 부착시킨 페놀폼을 콘크리트 외벽에 시공한 것이다.
외부에서 건물을 보았을 때 알루미늄 패널처럼 보이나 울산 화재 때의 알루미늄 패널은 아니다.
페놀폼이 부착됐던 벽면이 화재로 녹아내린 처참한 모습
지난해 95명 사상자를 낸 울산 주상복합화재 현장에는 알루미늄 패널 안에 심재로 PE(폴리에틸렌)를 사용한 알루미늄복합패널이 시공됐다.
이번 화재 현장의 외벽에는 단지 알루미늄이 부착된 페놀폼보드를 시공한 것이다.
남양주 화재와 울산 화재의 공통점은 외장재 또는 외벽 단열재를 타고 건물 상층까지 불이 수직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울산 화재의 외장재로 쓰였던 알루미늄복합패널은 심재가 가연성인 PE 제품이나 남양주 화재 현장에 사용된 것은 준불연으로 알려진 페놀폼이라는 것이다.
하나는 가연성이고 하나는 난연성인데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화재 시 가연성과 준불연 제품 효과 대동소이, 안전규정 준수 여부가 판가름 입증>
오피스텔 화재 현장에는 시공하다 남은 페놀폼 단열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준불연이라고 하는 페놀폼을 썼던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스티로폼을 언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불만 나면 으레 그랬을 것이라는 예단으로 거론하는 동네북이 된 것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마찬가지다.
화재 규모는 물론 인명 피해도 컸던 만큼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에도 화재가 발생하자 대다수 언론들은 화재 원인과 확산의 주범으로 스티로폼을 지목했다.
합동 감식을 통해 용접 과정에서 생긴 불티가 우레탄폼으로 스며들어가 창문 쪽에서 공기를 만나 대형 발화로 이어진 사고로 결론 내려졌다.
이 때도 스티로폼은 아무 연관이 없는데도 화재 발생 초기에 언론에서 거론 되면서 전 국민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 주었다.
이 화재 이후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건축법 개정안이 속속 제출되면서 모든 창고와 대형 건물에는 아예 준불연 제품만 사용토록 하는 개정안이 가결됐다.
문제는 이번 오피스텔 화재 현장에서 나타났듯이 준불연 제품이라는 페놀폼도 화재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외벽 단열재로 시공된 페놀폼이 완전히 녹아 흘러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 현장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가연과 준불연은 피해 확산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준불연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 등도 마찬가지다.
유기단열재에 비해 화재 시 유독 가스의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는 상대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대형 화재 시 녹고 흘러내리는 점은 별반 차이가 없다.
여기에 외벽에 부착하기 힘든 만큼 패널의 심재로 사용해야 하는데 자체 무게로 하중을 견디기 힘들어 처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습기에 노출될 경우에는 단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유기단열재에 비해 외벽 시공에 적합하지 않다.
결국 현행법과 시공 상의 편의까지 감안하면 페놀폼 같은 유기단열재 내 준불연 제품만을 외벽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행법은 고층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단열재는 시공 불가, 그래도 스티로폼 언급>
이 같은 규제로 스티로폼 단열재는 고층 건물은 물론 대형 시설과 창고 등에는 이미 사용이 금지돼 생산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있는 상태다.
이 와중에 전문가나 언론 등이 실체적 진실과는 전혀 다르게 화재의 원흉으로 스티로폼을 언급해 소비자나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실질적인 단열재 효용과 경제성, 시공편의성 등에서 객관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스티로폼이 지금처럼 동네북처럼 계속 왜곡돼 거론된다면, 어느 순간에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배척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도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를 대변해야 할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침묵하거나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정부의 건축법 개정안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후 특별한 대응이 없다.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 마다 근거도 없이 스티로폼이 수시로 언급돼도 이에 대한 반박이나 조치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왜곡된 여론에 대한 대응과 정부의 스티로폼 규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포기한 것이라는 시각도 지니고 있다.
<스티로폼 조합은 조합원의 권익 보호 위해 적극적인 반론 펼쳐야>
즉, 조합원들이 여론과 정부 규제 정책을 바꾸려는데 힘을 쓰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규제에 적합한 제품 생산과 아예 타제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현실적인 각자 도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합은 조합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실체적 진실이 호도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론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 A사장은 “조합은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계속되는 대형 화재에서 사실과 달리 스티로폼이 왜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우리를 대변하는 조합마저도 침묵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진실을 알 수 있겠느냐”며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고 이를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